[기자수첩]허허벌판에 지은 아파트, 입주민 하소연은 누가 듣나

  • 등록 2012-08-10 오전 6:00:00

    수정 2012-08-1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기반시설 하나 없이 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살라니 분통이 터집니다. 더 화가 나는 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지난 1월 경기도 남양주 별내신도시에 입주한 김모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입주한 뒤에도 기반시설 공사를 하다 보니 생활이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집값까지 떨어지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김씨는 입주가 끝난 지금까지도 건설사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한 745가구 중 10%인 75가구가 건설사에 계약 취소 소송을 냈다. 최근 수도권 신도시 곳곳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선분양 후입주’의 분양 시스템을 가진 국내 주택 산업 특성상 이런 문제는 과거에도 비일비재했지만 입주 초기 불편은 입주민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문제로 여겨져 왔다. 과거에는 조금 불편해도 집값이 오르던 때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집값 하락이 가팔라지면서 입주자들의 계약 취소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문제는 입주민의 피해가 명백해도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입주민이 아파트 준공승인을 내준 해당 지자체 앞에서 시위를 하고 건설사에 보상을 요구해도 뭉개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송을 걸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일차적인 원인은 책임 주체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도시는 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사가 조성한 만큼 이에 따른 책임을 어느 한 쪽에 지울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입주민이 책임을 물어도 서로 네 탓 공방만 할 뿐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기반시설 조성이 지연돼 입주민이 피해를 보더라도 정부, 지자체, LH 등은 이를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집값 하락에 예민해진 입주민 탓으로 돌린다. 집값이 떨어져 괜히 기반시설을 걸고넘어진다는 식이다. 상황을 대하는 인식 자체가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입주자와 평행선만 긋는다.

지금이라도 기반시설 조성이 늦어져 피해를 본 입주자를 위한 보상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 역시 아파트 준공승인을 강화해 최소 주거여건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입주 초기 불편을 당연히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그들의 논리지 힘들게 내집 마련 한 사람들이 수용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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