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영·프 등급 강등땐 전세계 도미노파장"

[글로벌 경제 위기 진단]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세계경제 소프트패치 or 더블딥 한달 내 윤곽"
"8~10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물가 뛸 수 있다"
  • 등록 2011-08-16 오전 6:45:00

    수정 2011-08-16 오전 6:45:00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선명성' 경쟁 중이다.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일부 유럽국가의 신용등급을 털어 트리면 금융시장의 도미노식 파장이 생길 수 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최근 세계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만약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못내 불안한 눈치였다.    김 원장은 "시장에서는 프랑스나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가 미국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트리플 에이(AAA) 등급을 유지하는 데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운을 땠다.   그는 "미국 국가 부채와 유럽 재정적자 문제를 잘 마무리하면 (위기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면서도 "이 두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이 문제 해결에 실패하거나 신용평가사가 다른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을 떨어트린다면 이번 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세계경제가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침체)를 넘어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원장은 "세계경제가 소프트 패치에서 끝날지 더블딥으로 진행할지는 이달(8월)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많지는 않지만 더블딥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이 2라운드로 넘어간다면 우리 환율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며 "국내에 들어온 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급속하게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유입된 투자자금 가운데 30%가량은 유럽계 자금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8~10월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원자재가격과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면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08년 7~8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소비자 물가는 5.9%, 생산자물가(수입물가)는 50%가량 올라간 적 있다.

김 원장은 다만 "금리는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성장과 외화자금 유출입을 모두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금리 인상 신중론을 폈다. 금리나 환율로 물가를 잡기는 쉽지만 사회적 비용 많고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마이크로 정책을 동원해 잡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가계부채와 관련해 "저소득 계층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높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도 내려가고 있어 불안요인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냉키 연준 의장이 제로금리를 앞으로 2년간 유지하겠다는 밝힌 데 대해 "은행에 돈을 쌓아두지 말고 투자와 소비를 늘리란 뜻으로 가장 기본적인 거시 경제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미국이 제3차 양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돈을 푸는 방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나 고용이나 투자를 살릴 수 있도록 투자보조금을 주는 형태나 성장산업에 투자를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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