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건보개혁 해부)⑧"韓제약산업 덩치는 작지만"

(edaily 인터뷰)조도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뉴욕지소장
  • 등록 2010-05-15 오전 8:22:02

    수정 2010-05-15 오후 9:13:04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전체 매출규모는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Pfizer)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Lipitor) 매출액보다 작습니다. 이러한 산업의 영세성이 글로벌 격전장인 미국 진출을 더디게 만든 원인입니다."

이데일리와 `美 건보 개혁 해부` 시리즈를 공동 기획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조도현 욕지소장의 지적이다. 그는 한국의 제약산업이 영세하다 보니 산업이 영세하다 보니 투자가 제약되고, 상대적으로 쉬운 내수시장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 조도현 뉴욕지소장
조도현 지소장은 그러나 근래 한국의 바이오 ·제약 산업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바이오 ·제약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국가연구개발 투자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기 시작했고, 국내 품질관리기준도 미국수준으로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이 한국의 바이오 ·제약 산업 성공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미국의 `건보 개혁`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와 협력을 할 기회가 많아지리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미국의 건보 개혁의 영향을 요약한다면.

▲우선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3200만명의 무보험자가 건강보험에 가입함에 따라) 미국에서 오리지널(용어)과 복제의약품 모두의 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나 약국을 아예 찾지 않던 이들이 의약품을 소비할 가능성이 아주 커졌고 약값도 저렴해져 돈 때문에 의약품 사용을 중단했던 이들도 의약품을 사용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재정적 부담이 커진 미국 제약업계가 다양한 제휴협력에 나서게 될 것이란 점도 건보 개혁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제약업계는 원래 고질적인 어려움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건보 개혁으로 특별부과세(용어)까지 내야 한다. 이처럼 재정적 부담이 커진 제약업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휴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리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건보 개혁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협력을 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오리지널 생물의약품(용어)을 보호하는 한편 바이오시밀러(용어)의 승인절차를 최초 규정한 것도 이번 건보 개혁의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미국 건보 개혁이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 및 보건산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건보 개혁은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견인차 구실을 할 수도, 또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앞에서 말했듯이 시장이 커지고 제휴협력 기회가 늘어나 `준비된 기업`에게는 큰 기회가 되겠지만, 준비가 안된 기업이라면 건보 개혁에 따른 변화에서 철저히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기회를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안목이 필요하다. 또 변화되는 상황에 일희일비하거나. 남들이 가는 방향으로 함께 따라가는 `미투(me too)` 전략을 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그 대신에 조건과 상황에 근거한 중장기적 전략 수립이 필요한 때이다.

-건보 개혁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에 기회가 있는 분야는 어디라고 보나.

▲미국의 건보 개혁이 우리나라 제네릭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기업들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리라 예상한다. 제네릭의약품(용어)은 지속적인 시장 확장이 예견되어 참여기회가 생길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역시 새로운 승인절차가 신설되어 친 시장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본다. 역시 문제는 우리의 준비이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합성의약품 제네릭 위주였음에도 제네릭의약품 조차 미국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품질문제와 비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성공한 국내 기업들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이들은 처음부터 수출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개발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약산업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연구개발능력과 생산능력, 영업능력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할 수 없고 일부 공정은 아웃소싱할 수 있지만 위의 세 가지를 어떤 형태로든 갖추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늘려 좋은 신약을 개발했다고 해도 팔지 못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은 연구개발 시기부터 제품화,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절대적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전체 매출규모는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Pfizer)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Lipitor) 매출액보다 작다. 이러한 산업의 영세성이 글로벌 격전장인 미국 진출을 더디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본다. 산업이 영세하다 보니 투자회수율이 낮은 분야에 투자를 못하고, 상대적으로 쉬운 내수시장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 조도현 지소장이 맨해튼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 정부는 바이오 ·제약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국가연구개발 투자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국내 품질관리기준도 미국수준으로 높여 내수시장에서도 미국시장과 동일한 경쟁을 적용시켰다. 저는 이 같은 노력이 우리 바이오 ·제약 산업 성공의 단초가 되리라 본다. 또 연구개발 및 생산능력 향상, 영업조직 확대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역시 큰 기회 요인이다.

-보건산업진흥원 뉴욕지소의 역할은.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수출지원 정책이 공산품 등 완제품의 수출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비스와 기술 등 고부가가치 영역을 수출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보건의료분야는 다른 기술이나 서비스 영역과 매우 다른 독특한 특성과 시스템을 갖고 있다. 보건의료는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강한 규제는 물론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약품과 의료기기, 병원, 화장품 등 우리나라의 고부가가치 산업군이 미국에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도움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건의료분야 전문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이 뉴욕지소를 열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뉴욕지소는 제품의 수출, 기술의 이전, 그리고 현지사무소의 개설 지원 다양한 지원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주)

◇조도현 뉴욕지소장 약력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뉴욕지소장으로 의약품규제조화 분야, 보건의료산업 통상 및 국제협력분야의 전문가이다.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했고 사회학과에서 박사를 마쳤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규제조화센터(AHC)를 한국에 유치했고, 현재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의료서비스 등의 미국내 진출을 돕고 있다.
 
◇용어
▲오리지널의약품 = 최초로 출시돼 특허권을 보장받는 의약품.
▲특별부과세 = 미국정부가 제약기업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2011년부터 제약기업은 10년 동안 280억 달러, 의료기기업체는 매출의 2.3%가 적용됨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합성의약품의 복제인 제네릭의약품과 같은 생물의약품의 제네릭버전을 의미함
▲제네릭의약품 = 합성의약품의 복제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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