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우리 아이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감염병 중 하나가 ‘수족구병’이다. 수족구병은 4월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6월 중순 또는 7월까지 유행하는 급성바이러스질환이다. 영유아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집단생활에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
이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병은 날씨가 온화한 봄철 이후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 비교적 전염성이 강해 한 아이가 걸리면 다른 아이들도 쉽게 걸릴 수 있다”며 “그동안 코로나19 대유행 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수족구병이 주춤했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해서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내 수족구병 환자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한해 51만8687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 각각 3만3210명과 1만6328명으로 급감했지만, 2022년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25만5849명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증상은 열 감기와 비슷… 손·발 등에 수포성 발진 나타나
수족구(手足口)병은 병명 그대로 손, 발, 입안에 물집이 잡히는 질환이다. 영어 질환명 역시 ‘Hand-foot-and mouth disease’다. 원인은 콕사키바이러스(Coxsackievirus A16) 또는 엔테로바이러스 71(enterovirus 71) 등 장바이러스 감염이다.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해 생긴 수족구병이 콕사키바이러스보다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뇌염, 마비성 질환 등 심한 신경계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생후 6개월에서 5세 이하의 아이들에서 많이 발생하고 침, 가래, 콧물, 대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증상은 열나는 감기와 비슷하다. 대개 가벼운 질환으로 미열이 있거나 열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입안의 물집이 터져 궤양이 생기면 음식을 먹을 때 아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식사량이 줄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7~10일 후면 자연 회복된다.
◇탈수 막는 게 치료 핵심… 부드럽고 뜨겁지 않은 음식 권장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렸다면 우선 잘 먹여야 한다. 입안이 아파 잘 먹지 못할 때는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준비한다. 뜨거운 음식보다는 온도를 낮춘 음식을 더 잘 먹을 수 있다. 설사만 없다면 요거트, 소프트아이스크림 등을 먹일 수도 있다. 찬물도 괜찮다. 열이 많이 난다면 해열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미지근한 물수건을 잘 짠 후 몸통을 닦아준다.
◇백신 등 예방법 없어, 손씻기 등 위생관리 철저히 해야
수족구병은 현재 백신이 없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손씻기를 생활화하도록 지도하는 등 개인위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 장난감, 놀이기구, 집기 등을 소독하는 등 환경을 청결히 한다. 비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침 예절도 준수하도록 한다.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는 열이 내리고 입의 물집이 나을 때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이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어린 나이부터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기는 경향이 있어 수족구병이 급속히 유행할 가능성이 큰 환경이다”며 “수족구병은 주로 발병 첫 주에 가장 전염성이 크지만,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분변 등을 통해 수 주간 계속해서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 전염성이 강한 시기에는 자가 격리를 하도록 하고 이후에도 분변 관리나 손씻기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