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이하 세계유산위) 위원국으로 선출됐다.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하시마(일명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또 다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일본에 맞서 한국의 의견을 더욱 강하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9개국 신규 위원국 선출…한국, 4번째 위원국 활동 | 일본 ‘사도광산’ 내부(사진=서경덕 교수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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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외교부,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한국은 22일(현지시간) 유네스코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제24차 세계유산협약(World Heritage Convention)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유산위 위원국으로 당선됐다. 한국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위원국으로 활동하게 된다.
한국이 세계유산위 위원국이 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앞서 한국은 1997~2003년, 2005~2009년, 2013~2017년 총 3차례에 걸쳐 위원국으로 활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신규 위원국은 한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베트남, 케냐, 세네갈, 레바논, 튀르키예, 자메이카, 카자흐스탄 등 총 9개국이다.
세계유산위는 세계유산협약 제8조에 따라 설치된 정부간 위원회다.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유산의 보존 현황 점검 및 관리 △신규 세계 유산 등재 등을 논의한다. 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195개국 가운데 21개국으로 구성되며 지역별로 위원국을 분배한다. 위원국의 임기는 규정상 6년이지만 관례에 따라 4년만 활동하며, 다양한 국가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연임을 자제하는 관례가 있다.
정부는 이번 한국의 세계유산위 위원국 당선에 대해 “세계유산 제도에 대한 우리의 기여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외교교섭의 성과”로 평가했다. 선거 교섭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와 같이 기후변화 대응, 지역 공동체와 유산 간 공존 등 시대적 과제를 고려하며 세계유산 제도 발전을 주도적으로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유산 등재 결정 앞둔 사도광산 문제에 한국 의견 개진 가능 | 최응천 문화재청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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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응천 문화재청장은 23일 이데일리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는 ‘회원국’과 ‘위원국’이 있는데, ‘위원국’은 세계유산 결정 과정에서 발언권과 투표권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유산위 위원국 선출은 그만큼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세계유산위 위원국 당선은 사도광산, 군함도 등 일본이 추진 중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의 세계유산 등재에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군함도는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사도광산은 현재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심사 중으로 내년 세계유산위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일본은 2021년 세계유산위 위원국으로 선출돼 2025년까지 활동한다.
최 청장 또한 “앞으로 4년간 세계유산위 위원국으로 활동하면서 군함도, 사도광산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앞으로 문화재청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한국의 의견을 강하게 내고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최 청장은 “한일 외교 관계를 고려하며 양국간 문화 교류는 이어가되 그 안에서 문화재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에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신지영 보존과학연구실장이 유네스코 공식 자문기구인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이크롬)의 신임 이사로 선출되기도 했다. 최 청장은 “이크롬 이사 선출에 이어 세계유산위 위원국 당선은 유네스코 또한 한국의 세계적인 역량을 그만큼 인정한다는 의미”이라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져서 부산의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으로 연결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일본의 ‘군함도’(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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