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해 참담하다”며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사법 개혁을 정면 비판했던 이 후보자의 임명은 민주당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보수 코드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순순히 동의해 줄 리 없다는 것이 첫째 이유였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이 후보자의 불성실한 재산 신고 및 자녀 증여세 탈루 의혹 등과 이에 대한 어정쩡한 해명은 민주당에 더 예리한 창을 쥐여준 격이 됐다. 사법부 수장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민주당이 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졌어도 정부·여당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더 주목할 것은 민주당의 정치셈법이다. 정치권에는 이 대표의 재판들에 대비한 꼼수가 동의안 처리에 얽혀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재판 지연과 함께 친야 성향의 법관이 다수 포진한 사법부의 현재 지형을 유지하기 위해 인사를 늦추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의회 권력의 명백한 삼권분립 훼손이다. 후보자 자신의 자질 부족은 낙마의 충분한 이유다. 그러나 정치적 꼼수를 앞세운 야당의 사법부 수장 임명 방해는 더 큰 민심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