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빨라진 성장률 0%대 전망...위기 바로 봐야 답 있다

  • 등록 2023-08-29 오전 5:00:00

    수정 2023-08-29 오전 5:00:00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040년께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경제학회가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용역을 받아 최근 작성한 보고서 ‘한국경제 성장의 현황과 도전’에서 내놓은 전망이다. 학회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30년 1.68%, 2040년 0.97%, 2050년 0.89%, 2060년 0.44%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부터 10여 년 뒤에는 성장률 0%대 시대가 시작된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전망보다 더 비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KDI는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는 시점을 2050년으로 제시했다. 학회의 전망은 KDI의 전망보다 성장률 0%대 추락 시점을 10년 가량 앞당긴 셈이다. 출생률 하락과 인구 고령화, 생산성 개선 부진 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장기적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성장률 0%대가 불과 10여년 뒤의 현실로 닥칠 것이라는 경고는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

학회는 저출생·고령화와 생산성 하락을 성장률 추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성장률이 2030년에 -0.39%로 떨어지며 일손 부족 사태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 2010년 총요소 생산성이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비중이 45%에 달했으나 한국의 생산성 성장 기여도는 -4%로 성장을 깎아먹었다고 분석했다. 총요소 생산성(기술 개발·경영 혁신 등의 무형 효과)은 자본·노동과 함께 잠재성장률의 3대 축이다. 학회는 생산성 하락의 원인으로 반도체의 뒤를 이을 혁신적 주력 산업군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고 이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실제 성장률보다 더 빨리 10년 안에 0%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이 정체하면 소득·고용·복지 등 국민생활 전반이 위축되고 경제적 고통이 심해진다. 성장률 추락을 경제의 규모 확대와 선진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여길 일이 아니다. 생산인구 증대와 산업 혁신을 위한 획기적 대책이 요구된다. 결혼과 육아가 어렵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혁신기업 성장 생태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권고다. 성장률 추락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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