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하반기 들어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16.5%나 감소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째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감소폭이 올 들어 월별로 최대를 기록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품목별로 자동차(15%)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반도체(-34%) 석유제품(-42%) 등이 30~40%나 감소해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과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상저하고’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5월까지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던 수출이 6월(-6%)에는 한 자릿수로 낮아져 예상이 맞아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감소율(-16.5%)이 이전보다 더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상저하고’ 전망은 빗나가고 있다.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은 세계경제 회복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특수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경제는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에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높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도 예상에는 못 미치지만 경제활동을 재개했다. 한국경제는 이런 호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커녕 온기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상저하고’ 전망이 왜 빗나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최근의 수출 부진은 반도체 불황이 도화선이 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굴기’에 따른 대중 경쟁력 약화에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16억 3000만달러 흑자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흑자를 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수출이 잘돼서 흑자가 난 것이 아니라 수입이 대폭 줄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은 16.5% 줄고 수입은 25.4%나 줄었다. 수출입의 급격한 위축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무역국가 한국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중 기술격차를 늘리는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