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재’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뿌리가 담겨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수천,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문화재는 우리 후손들이 잘 가꾸고 보존해 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죠. 문화재는 어렵고 고루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재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상형토기는 어떤 형상을 본떠 흙으로 빚은 그릇을 말합니다. 주로 신라·가야의 무덤에서 출토되고 있는데요. 두 나라에서는 사람과 동물, 사물을 흙으로 빚어 만든 토기와 장식을 붙인 토기를 무덤 안에 넣었어요.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며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삶을 위해 넣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승에서도 현세의 삶이 계속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죠.
따라서 상형토기들은 각종 껴묻거리(죽은 자를 매장할 때 함께 묻는 물건)와 함께 출토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통해 고대 ‘장송의례’(葬送儀禮)의 일면을 살필 수 있고 예술공예품으로서의 상징성 등을 유추할 수 있가 있는데요. 금령총과 같이 금관·귀걸이 등 화사한 유물 속에 섞여서 발견되기도 하고, 고분에서 출토된 경우도 있습니다. 말·오리·수레 등 표현한 모양도 여러가지인데요.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요.
| 새모양 토기(사진=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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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새모양 토기를 살펴볼께요. 새는 오래전부터 영혼을 하늘로 안내한다고 여겨진 동물이에요. 장례에 새의 깃털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죠. 상형토기 중 시기적으로 가장 이르고 가장 넓은 지역에서 출토되는 것이 바로 새모양 토기인데요. 대부분 오리의 모습이지만 시기나 지역에 따라 또는 의미에 따라 표현 방식이 매우 다양합니다. 새모양 토기는 때때로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되기도 해요. 이를 현재의 삶과 죽음 이후의 삶을 분리하는 ‘분리 의례’의 하나로 보기도 합니다.
고대에 행해졌던 장송의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사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과 연결돼 있어요. 실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을 나타낸 토기는 바로 이러한 사상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어요. 상서로운 동물을 하늘로 인도하는 안내자로 본 것이죠. 거북이 몸에 용의 머리를 지닌 동물모양 토기를 통해 하늘과 연결되길 바랬던 고대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5세기에 만들어진 신라와 가야의 무덤에서는 말모양이나 말 탄 사람 토기 등이 출토됐는데요. 당시의 갑옷과 말갖춤이 표현돼있어요. 이러한 토기들은 전쟁이 빈번했던 사회에서 말과 중장기병이 가졌던 군사적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어요. 기병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제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특히 ‘경주 금령총 말 탄 사람 토기’는 인물 묘사와 옷 차림새, 말갖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국보로 지정돼 있어요. 말을 탄 사람의 차림새나 크기, 말갖춤 등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신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장식된 삼각형 형태의 모자와 갑옷을 입고 있고, 왼쪽 허리에는 칼을 찬 늠름한 모습이에요. 하인으로 보이는 인물은 상투를 틀어 올리고 윗옷을 입고 있지 않아요. 오른손에는 방울을 흔들며 주인의 영혼을 안내하는 듯하고, 등에는 봇짐을 메고 있습니다.
배와 수레 모양의 토기도 있어요. 배와 수레는 바다와 강, 그리고 길을 통해 사람과 물자가 원활하게 이동할 때 꼭 필요한 것이었죠. 사회 유지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들을 상형토기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당시의 사회상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집모양, 등잔모양의 토기도 있어요. 문과 지붕을 갖추고 있고, 지붕 아래 서까래까지 표현했습니다. 아마도 저 너머의 세상에서도 계속될 따뜻하고 안락한 보금자리와 풍요로운 곳간을 의미하면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 말 탄 사람 토기(사진=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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