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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3년 본예산에서 5조 2000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해 제출했다. 올해 본예산 예비비(3조9000억원) 대비로는 33.3% 증가한 규모나, 추경 포함 예비비(5조 5000억원)와 비교할 때는 5.5% 감소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초과지출에 충당할 목적으로 책정되며,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승인하면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예비비 공개 논란은 대통령실 이전 때문이다. 정부가 기존 예산에 책정하지 않았던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예비비(496억원)에서 사용하자, 민주당이 예산 감독 권한을 가진 국회에 예비비 사용내역을 제출할 것을 기재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기재부는 헌법(55조) 및 국가재정법(52조 4항)을 근거로 즉시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한다. 헌법 55조 2항은 ‘예비비는 총액으로 국회 의결을 얻고, 지출은 차기국회 승인은 얻는다’, 국가재정법 52조 4항은 ‘정부는 예비비로 사용한 금액의 총괄명세서를 다음해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해 승인을 얻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 따라 내년에 제출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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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도 예비비 논란…전문가 “野 무리한 요구”
민주당 우원식 의원 및 양경숙 의원은 예비비 공개를 위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우 의원은 “기재부가 세부내역 비공개 근거로 삼은 헌법과 국가재정법은 차기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지, 당해연도 예비비 사용의 기밀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같은 취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즉각 공개요구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공개 목적이 다분히 정치적일뿐 아니라 헌법과 국가재정법을 거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결산 및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추후 예비비를 검증할 수 있는데 바로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역시 “법에 제출기한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데 이를 미리 제출하라고 압박하기는 어렵다”며 “또 국가재정법만 바꾼다면 추후 헌법과 충돌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