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대 수출 시장임에도 불구 한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재정비하거나 중국을 탈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한 중국의 보복 경험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제로’ 정책 고수에 따른 경기 부진과 공급망 훼손까지 터지면서 불확실성이 너무나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한 탈(脫)중국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급격한 체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 협력 모델을 지속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상당수 대기업은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고 있다. 롯데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의 테마파크 사업을 약 2조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후인 2016년 12월 중국 당국의 명령으로 공사가 중단됐고, 이후 2019년 인허가를 받긴 했지만 코로나 19여파로 사업은 멈췄다. 아모레퍼시픽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내 1000개 이상의 화장품 매장을 폐쇄하고 미국과 동남아 시장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 등도 중국 사업을 일부 정리하거나 재정비하고 있다.
실제 탈중국 기조 속에서 틈새 시장을 노려 성공한 케이스도 적지 않다. 실제 두부를 팔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풀무원은 중국 진출 10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고, 공장을 추가로 증설하는 등 대륙 공략에 나서고 있다. 2공장 준공으로 중국 내 두부 생산능력이 연간 1500만모에서 6000만모로 4배 커졌다. 코로나19로 중국 지방의 두부 공장들이 잇달아 문을 닫았지만, 공장을 계속 가동하면서 봉쇄지역에 두부를 직접 공급했던 효과를 보면서다.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지금은 중국과 한국이 중간재, 완성재 공급 등 많은 분야에서 얽히고설켜 있어 무역 보복을 할 경우 서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예전처럼 중국 시장에 대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정치외교적 상황과 별도로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용 흑연 등 핵심 수입품 가운데 80% 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완전히 없앨 수도 없고,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면서 “지자체와 기업들간 산업협력 모델을 꾸준히 구축하는 등 미국과 중국 시장을 함께 이용하는 용미용중(用美用中)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