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 판 커진다’...디폴트옵션 채비 나선 은행

KB국민은행, 시스템 개발 사업자 모집
노동부, 시행령 및 시행규칙 내달 결정
수익률 2% 불과.. 금융권, 수익률 제고 위해 안간힘
  • 등록 2022-04-26 오전 5:00:00

    수정 2022-04-26 오전 8:14:08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오는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를 본격 도입함에 따라 수익률에 따른 대규모 자금 이동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은행업계는 이미 시스템 개발사까지 모집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증권 및 보험업계도 개발 채비에 한창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른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대응 개발’에 대한 사업자 모집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 개발 관련 예산은 16억원 규모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27조 3672억원 규모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 중이다. 이는 전체 적립금 규모의 18.3% 수준으로 은행권 중엔 신한은행(30조178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확정기여(DC)형 적립금은 9조7209억원이다.

다른 금융회사도 준비에 한창이다.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은 현재 전산 시스템 구축 추진과 함께 고객 설명이나 사전운용 상품 등 대응 방안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퇴직연금본부 내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 관련 상품 개발 및 관련 시스템 개발 추진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ㆍNH투자증권 등은 시스템 개발 채비에 나선 상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명확한 투자 선택 결정이 없을 때 사전에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가 지정해 놓은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제도다. 그동안 퇴직연금이 ‘노후자금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말 관련법안이 통과돼 오는 7월 12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라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낮은 수익률을 보아며 ‘잠자는 뭉칫돈’이 된 퇴직연금 시장에 활기가 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실제 국내 퇴직연금은 적립금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수익률은 부진하기만 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조원으로 전년대비 15.7% 늘었다. 반면 수익률은 2.00%로 전년보다 0.58%포인트 감소했다. 심지어 4년 전(1.88%)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상품별 수익률도 큰 차이는 없는 상태다. 확정급여(DB)형 1.52%, 확정기여(DC)형 2.49%, 개인형퇴직연금(IRP) 3.00%다. DC형의 경우 가입자가 직접 굴릴 수 있지만, 대다수 가입자가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원금보장형 상품에 방치하고 있는 신세다.

회사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DC형 수익률(원리금 보장+비보장)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5.77% 삼성증권은 5.42%를 기록했다. 반면 시중은행들의 실적은 반토막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2.19%, KB국민은행 1.86%, 하나은행 2.12%, 우리은행 2.21%다.

현재 디폴트옵션 대상상품은 운용 원리금 보장형 상품, 타깃데이트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등이다. 포트폴리오는 투자 성향 등에 따라 개별 가입자가 미리 선택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디폴트옵션에 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5월 중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업계와 TF를 구성해 의견청취를 거쳐 심의위원회 구성 및 심사기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적립금늘 늘리는 데만 급급했던 게 사실”이라며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 시장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경쟁 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률이 낮다고 알려진 은행권은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심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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