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요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서 돈 못 받으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사모대출 같은 경우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주 핫한 시장이라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운용사에서 사모 대출시장 진출을 위해 계열사를 설립, 사모대출펀드(PDF) 자금을 모집한 결과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대략 2억~3억달러 정도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10억달러 이상이 몰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중 40%가 한국 기관투자자 자금으로 압도적이었다. 한국 투자자들의 PDF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사례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
8일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전세계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1조210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13.5%씩 성장해왔다. 영국 사모펀드 조사업체인 PEI 자료를 보면 최근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1~3분기 동안 사모대출펀드 설정액은 1395억달러로 전년대비 18.2% 늘었다.
PDF 시장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킨이 작년 11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모대출이 향후 확실한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본 이들이 35%였고,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사모대출에 매력을 느낀다고 답한 이들도 37%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프레킨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7.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사모대출은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금리나 높아 한계기업을 주로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규제 강화로 은행들 운신의 폭이 좁아지자 그 틈새를 사모대출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사모펀드와 자본투자, 레버리지 바이아웃 등 사모대출의 활용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기존에는 은행 대출을 보완하는 수단이었다면 갈수록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심지어 전통적인 주택 대출까지 진출하는 모양새다.
사모대출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분투자에 비해 리스크가 낮고, 금리인상 기조로 수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정부분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들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들도 한국 투자자 잡기에 적극적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사모대출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운용사가 PDF를 조성한다면 한국 투자자 자금이 10~15% 정도인 것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된다”며 “운용사의 브랜드만 보고 들어갈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분석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과연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