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편의점보다 많은 교회, 예배 '강제중단' 가능할까

전국 기독교 사업체 5만6000여개, 편의점보다 많아
헌재 "공공복리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 제한 가능"
예배 후 집단감염 사례 속출..주말마다 우려 반복
서울·경기, 구상권 청구, 행정명령 등으로 대응
  • 등록 2020-03-21 오전 12:50:00

    수정 2020-03-21 오전 12:50: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먼 과거 한반도의 선조들은 중동 땅에서 태어난 나사렛 예수와 일면식도 없었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나라가 됐습니다. 2018년 전국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 사업체는 모두 5만6789개로 그 흔하다는 편의점(4만2820개)보다 많습니다.

한국 사회 교회의 보편성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사태에서 집단감염 사례의 중심에 교회가 선 사실을 통해 다시 확인됩니다. 감염병 사태 두 달, 다가오는 주말마다 교회 예배 강제중단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방역협회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근 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감염병 예방법 “집회 제례 금지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해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기본권으로 규정했습니다. 다만 이 자유는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사유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공공복리를 위해 부득이한 경우, 비례 원칙(기본권 제한에 정당성, 적합성, 법익의 균형성을 지켜야 한다는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우 등에 한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음을 판례로써 확립하고 있습니다.

또 종교적 신앙의 동기로 이뤄지는 ‘예배’라는 행위 형식은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집회일 뿐입니다. 이번 주 집단감염이 나오지 않은 일반 교회를 상대로는 처음으로 나온 경기도의 ‘밀접집회 제한’ 행정명령도 ‘시도지사 등이 집회·제례 등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감염병예방법 49조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예배 전면 차단, 가능할까

다만 당국은 중앙정부 단위의 예배 중단 조치는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입니다. ‘강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 강제성이 실효성을 갖기 쉽지 않다는 문제 또한 있습니다.

서울시가 이번 주 주말예배 중 확진자가 나온 교회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강수를 뒀지만, 이 또한 교회예배로 집단감염이 퍼진 이후라면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감염병 예방이라는 실효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사후처벌보다 ‘물리적 차단’ 자체가 중요하지만 국민의 19%나 되는 기독교인들을 모두 감시하지 않는 한 100% 차단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전면적인 감시는 가장 극단적인 독재 사회에서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감염병 예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강 교회에서 16일 오전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들이 교회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회 중단, 개신교 교회만 남아

예배 중단이 신앙의 기초를 허무는 지에 대해서는 교회 안에서 신학적 논쟁을 벌일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미 100명 가까이 사망자를 낸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면 대한민국 전체 공동체에 오로지 공익과 선으로만 작용할 것입니다. 따라서 예배 중단을 위한 적극적 협조는 교회를 다니는 이들이 신앙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되살리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개신교 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교인 천주교·불교·원불교 등이 종교 행사를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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