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윤모 장관 “백색국가 제외 부당..철회해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난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입법예고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문으로 20쪽 분량에 달하는 정부 의견서는 성 장관의 브리핑 직전에 일본 경제산업성에 이메일로 송부됐다.
그는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 미흡, 양국간 신뢰관계 훼손 등 일본 측이 내세우는 이번 조치의 사유는 모두 근거가 없다”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 및 우호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사전 협의도 없이,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이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한다”면서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근거 없는 수출 통제 강화조치는 즉시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 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역시 철회돼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일본 압박 외교전 본격화 …“日 규제 세계 경제 부정적”
일본을 압박하는 국내외 여론전도 보다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도 전날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경제산업성에 공식 제출했다.
든든한 미국 우군도 확보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정보기술산업협회(ITI)·전미제조업협회(NAM) 등 반도체 관련 수요·공급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6개 단체도 이날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앞으로 “일본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뜻을 담은 공동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글로벌 ICT·제조업은 복잡하고 촘촘히 짜인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해 적시 생산방식(JIT)으로 돌아가고 한국과 일본은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들”이라며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통제정책이 불러올 변화는 이 같은 공급망과 이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인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 신용평가사도 일본 수출 규제의 강도가 높아질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김회정 국제경제관리관과 유병희 국제금융과장이 지난 22~23일 싱가포르에 있는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홍콩에 있는 피치의 아시아 사무소를 차례로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일본 수출 규제의 경제적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규제의 강도가 높아질 경우 한-일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체계 및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받았다.
WTO이사회서 탐색전..정식 WTO 제소 이어나갈 듯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한일 양국간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일본은 수출 규제가 “WTO가 인정하는 예외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하지만 우리측은 이번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일간 갈등에서 기인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임을 엄중히 경고했다. 특히 1:1대화를 공개 제안하는 등 일본측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다.
정부는 이번 이사회로 국제적 여론 ‘탐색전’을 마치고, 정식으로 WTO 제소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이사회를 통해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WTO 제소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WTO분쟁이 제기되는 와중에 양국이 타협해서 합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WTO제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