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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지난 1월 사들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대표 소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남동이 전통적 ‘배산임수’ 입지로 부촌(富村)으로 꼽히는데다 100억원 이상인 주택이 즐비한 만큼 단독주택 매매는 재벌들이 사고 파는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23일 부동산 등기사항 증명서를 보면 방용훈 대표는 1월19일 한남동의 2층 주택과 대지 639㎡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매각해 2월28일 소유권을 이전했다. 방 대표는 고(故) 방일영 조선일보 회장의 아들이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이다. 방 대표는 이 주택을 매입한 1989년 12월 이후 30년 만에 매각하게 됐다. 정 총괄사장이 방 대표에게 주택과 토지를 매입한 금액은 총 110억원이다. 근저당권이 별도로 설정되지 않아 정 총괄사장이 전액 현금으로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지면적 기준으로 보면 매입가는 3.3㎡당 5690만원이었다. 토지건물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거래된 한남동 단독주택의 경우 3.3㎡당 3800만~5100만원이었다. 매물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개별적 특성이 강한 지역인 만큼 가격을 절대 비교하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남동은 앞으로는 한강이 감싸안듯 흐르고 뒤로는 남산이 있는 ‘배산임수’ 형태로 재벌총수 등이 모여 사는 부촌이다. 3.3㎡당 가격대가 상당한 만큼 매매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2016년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故)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한남동 주택을 사들였다. 이보다 더 앞선 2003년엔 전낙원 전 파라다이스 회장의 주택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매입해 주택을 새로 지었다.
한남동에서는 올해 들어 100억원이 넘는 대형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밸류맵을 보면 아파트를 제외한 건물 거래가격이 100억원을 웃돈 사례는 지난해 총 3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만 해도 벌써 4건을 기록했다. 방용훈 대표와 정유경 총괄사장 간 거래 금액인 110억원은 올해 들어 네 번째로 큰 규모였다.
이창동 팀장은 “상업시설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자 지금이 고점이라는 판단에 차익 매물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00억원 이상 거래된 한남동 건물 가운데 3건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실시된 4월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금 이슈도 거래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