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값 꿈틀...과열 서막인가, 일시적 상승인가

18개월 만에 반등 놓고 전망 엇갈려
'재건축 이주' 서초구는 전세품귀 현상
"매매 관망세 짙어져 전세수요 늘 것"
"서울 올 3.6만가구 입주…전셋값 반등 지속 어려울 것"
  • 등록 2018-07-17 오전 5:00:00

    수정 2018-07-17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민 기자] .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전용면적 75㎡)에 사는 이 모씨(41)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2년 전 보증금 5억5000만원에 이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왔지만 올 가을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무려 2억원이나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로부터 “인근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셋값이 크게 올라 일대에서 5억원대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씨는 전세금을 올려주고 재계약할지,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서초구의 경우 가을 이사철 수요와 함께 재건축 단지의 대규모 이주 수요까지 맞물리며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 여파로 인접한 지역인 동작구까지 전세 물량이 동이 나며 한두 달 새 수천만원씩 전세금이 오른 집이 허다할 정도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서울 전셋값 상승은 일시적 수요 급증에 따른 ‘국지적 과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점진적 임차 수요 증가도 예상되고 있어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서초구 5억원대 전세 없어 인근 동작구 이사”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한 주 동안 0.05% 올랐다. 이달 초 상승폭(0.01%)보다 더 커지며 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간 새 아파트 물량 여파로 올해 2월부터 1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전셋값이 이달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최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과장은 “2학기 학군 수요와 가을 이사철 수요에다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까지 쏠린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서초구에서는 이달부터 신반포3차·반포경남·신반포23차 총 2400가구가 재건축 이주에 나서면서 전셋집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달에는 반포우성 400가구도 이주를 시작한다. 이 여파로 지난주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0.14% 올라 5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다. 잠원동 H중개업소 대표는 “이주 단지 내 절반 정도는 자금 여력이 있는 가구인데, 이들 수요가 주변 아파트로 옮겨가면서 반포·잠원동 일대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며 “나머지 절반 정도는 5억~6억원대 전세로 살던 사람들로 전세금에 맞춰 인접 지역인 동작구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동작구는 서초구에서 넘어온 재건축 이주 수요에 기존 전세 재계약 수요까지 겹치며 전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전셋값은 지난주에만 전주 대비 0.29% 오르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동작구 본동 한 공인중개사는 “본동에 있는 삼성래미안 전용 84㎡짜리가 2년 전만 해도 전세금이 4억 5000만원 안팎이었는데 이달 들어 새로 계약한 10여건은 모조리 5억 5000만원에 이뤄졌다”며 “이마저도 전세가 귀하다 보니 현재 호가는 6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 외에도 교육 및 거주여건이 양호한 역세권 단지에도 전세 수요가 몰리며 서울 전체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름 방학 이사 수요가 많은 양천구(0.18%)를 비롯해 도심 업무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한 종로구(0.16%)가 대표적이다. 종로구 숭인동 ‘종로센트레빌’ 아파트 전용 84㎡형은 전셋값이 올해 들어서만 8000만원이나 올라 5억3000만원 선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에 매매값만 1억원 넘게 오른 상태인데 신규 전세 물량이 귀하다 보니 전셋값도 따라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국지적 현상” vs “매수세 꺾여”

이번 전셋값 상승은 일부 지역의 국지적 현상에 그치며 일시적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을 비롯해 인근 수도권 전세 물량이 앞으로 계속 공급된다는 점에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은 올 연말 송파구에서 1만 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 입주를 비롯해 올해 총 3만 5687가구가 집들이를 하게 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최근 5년간 서울의 입주 물량은 평균 3만가구를 넘어선 적이 없는데 올해는 입주 물량이 이를 넘었다”며 “전셋값 반등세가 지속되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4만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오히려 전셋값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정부의 각종 규제로 매수세가 꺾인 데 따른 임차 수요 증가가 전세시장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이어 올 하반기 보유세 개편안 확정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전세시장에 머물려는 임차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여기에 정부가 신혼부부 희망타운 10만 가구 공급을 공언할 만큼 과거 보금자리주택 공급 때처럼 전세수요가 급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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