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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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김상윤 기자]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주역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김 본부장이 작년 7월 새 정부의 첫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된 것도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불리는 국제 통상 전문가라는 강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김 본부장은 새 정부의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기 직전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재판관이었다. WTO 상소기구는 WTO 분쟁의 최종심(2심)을 담당하는 심판기구다. 때문에 WTO 상소기구 재판관은 각 국이 자국 위원을 배출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차지하려는 자리다.
참여정부 시절 장관급이었던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했던 김 본부장이 문재인정부에서 차관급으로 낮아진 자리를 다시 맡은 것을 두고 지난해 임명 당시 뒷말이 무성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FTA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통이자 한미FTA 산파인 그가 전략적으로 통상협상을 지휘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세탁기, 태양광에 이어 철강까지 미국이 통상압력을 본격화하면서 김 본부장이 내놓은 WTO 상소기구 재판관 자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통상법 201조)에 대해 WTO 제소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 본부장이 사임한 WTO 재판관 자리가 지금 상황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통상 관련 전문가들이 많은 만큼 누구든지 추후 다시 선임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통상교섭본부장 후보를 구하기에도 쉽지 않은 인재난을 겪었다.
미국은 지난해 7월부터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요구했고, 지난달 첫 재협상이 열렸지만 통상교섭 조직과 인력은 미국에 비해 열세다. 통상교섭본부는 지난해 11월 조직과 인력 증원을 관련부처인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에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다. 김 본부장은 작년 8월 국회 산업통상위원회에서 ‘현재의 통상교섭본부의 인력과 자원으로 한미FTA 개정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에 “배 열두 척이 안 된다”는 말로 열악한 조직상황을 빗대기도 했다.
김 본부장 한사람만을 바라보는 통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축구와 비유하면 김 본부장 한 사람의 스트라이커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운동장 구석구석을 파고들 미드필더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강상천 통상차관보, 유명희 통상교섭실장 외에도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를 제공할 인력풀을 통상교섭본부가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정부의 통상정책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하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정부가 당장 조직의 확대가 어렵다면 민간과 협력해 통상라인을 활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