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 버핏의 자식 사랑

  • 등록 2017-07-19 오전 5:00:31

    수정 2017-07-19 오전 5:00:31

워런 버핏/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워런 버핏은 지난 10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1860만주를 기부했다. 금액으로는 3조원이 넘는 돈이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버핏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조단위 돈을 기부한다. 지금껏 버핏이 기부한 돈은 총 270억달러, 우리 돈으로 31조원에 달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전 재산을 합하면 20조원이 조금 넘는다. 벌써 버핏은 이건희 회장의 전 재산 이상으로 기부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족하단다. 버핏은 자신이 가진 재산의 99%를 사회에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엔 버핏도 말도 못하는 짠돌이였다. 기부 좀 더 하라는 요구에 “내가 한 곳에 돈을 내면 모든 사람들한테 나눠줘야 할 것”이라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버핏은 죽을 때까지 내 돈을 쥐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앤드루 카네기의 ‘부자로 죽는 사람은 불명예스럽게 죽는다’는 말을 버핏은 “난 카네기처럼 부자로, 그리고 불명예스럽게 죽을 것”이라고 주위 사람들한테 떠벌리고 다녔다.

버핏을 바꾼 건 그의 아내 수전 버핏이다. 수전은 “인생에는 방에 틀어박혀 돈 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면서 버핏을 다그쳤다. 그래도 버핏은 인색한 사람이었다. 기부금은 매년 4만달러, 우리 돈으로 5000만원이 안 되는 정도였다.

수전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버핏은 생각을 바꿨다. 그는 2006년 자신의 재산 99%를 기부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버핏은 “이제야 아내와의 약속을 지킨다”고 말했다.

버핏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1% 이상을 쓴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머지 99%는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아내 이름의 재단이나 자기 자녀들의 재단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빌 게이츠의 재단에 아무 조건 없이 기부한다. 게이츠 재단이 가장 자신의 돈을 잘 써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기부할 때도 혈연을 고려하지 않는다.

어쩌면 버핏이 자신의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자녀에 대한 교육철학이 명확하게 자리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돈은 자녀를 망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자신의 부를 자식에게 불려주는 게 결코 아이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버핏은 강력한 상속세를 주장한다. 과거 부시 대통령이 상속세를 폐지하려고 하자 버핏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녀들로 올림픽을 뽑는 것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부자가 상속세를 더 걷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버핏은 자녀에서 재산을 상속하는 게 자녀를 위한 일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더 안겨준다고 해서 자녀들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심지어 회사 경영권까지 넘겨주려고 안달인 사람들은 혹시 스스로 자녀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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