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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이데일리가 최근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현대경제연구원의 인사들에게 “기업 심리지표가 왜 엇갈리느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답이다. 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몇 달은 지나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등) 실제 지표가 나올텐데 (실제 기업 경기가 어떨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도체·석유화학 착시효과
다만 최근 각 기관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차이 난 기술적인 몇 가지 이유는 있어 보인다. 첫 손에 꼽히는 게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의 ‘나홀로’ 반등이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005930)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대표적이다. 국제유가 상승 흐름을 타고 LG화학(051910) 롯데케미칼(011170) 금호석유(011780)화학 등도 호실적을 보였다. 제약업계의 실적도 눈에 띄었다.
한은의 BSI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건 업종별로 가중치를 주기 때문이다. 한은의 1월 전자·영상·통신장비 BSI는 82로 전월 대비 8포인트 올랐다. 기타기계·장비(64→78)도 급등했다. 두 업종의 가중치는 각각 9%와 4%. 하세호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반도체가 속한 업종은 규모가 큰 만큼 가중치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화학물질·제품(88→96)과 의료물질·의약품(92→104) 등도 마찬가지다.
실제 큰 틀의 산업 흐름은 차이가 크지 않다. 예컨대 한은의 1월 자동차 BSI(82)가 7포인트 하락한 것은 현대차(005380)의 ‘어닝 쇼크’ 때문이다. 전경련의 BSI에서도 자동차·트레일러·기타운송장비가 부진했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과 침체 전망이 많은 건설 등의 부진도 비슷했다.
이외에 △조사 표본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중 △ 조사 표본상 제조업체와 비(非)제조업체의 비중 △조사 시점과 기간 △설문조사 질문 방식 등도 차이를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경기 방향성 판단 일러”
그렇다고 이런 기술적인 요인으로 BSI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완전하지 않다. 각 기관의 담당자들은 “BSI가 설문조사 방식이고 정성 평가라는 점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추후 기업 경기에 대해서는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판단하기는 이른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기업 경기는 민간소비가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민간소비가 부진하면 기업도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우리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같은 충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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