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예정주택 사면 100% 입주”…강남 시프트 편법거래 극성

올 장기전세 공급량 80% ‘강남’ 몰려
인기지역 공급 늘자 브로커들 판 쳐
철거주택소유자 지원하는 ‘특별공급’
청약통장·소득기준 등 입주기준 없어
관련주택 매입가격 1억 가까이 껑충
서울시 도시계획 변경 ‘철거취소’땐
입주권 따려다 수천만원 손해 볼수도
  • 등록 2016-03-18 오전 5:00:00

    수정 2016-03-18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20년간 내 집처럼 살 수 있는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에 100% 입주 가능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언제든 연락주세요.”

집주인에게서 전세 보증금을 5000만원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고 이사를 고민 중이던 세입자 김범진씨는 얼마 전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평소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메일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다. 상담 요지는 앞으로 철거될 주택을 갖고 있으면 시프트 입주권(일명 ‘딱지’)을 받을 수 있으니 철거 예정 주택을 구매하란 것이었다.

서울시의 올해 시프트 물량이 강남권에 집중되면서 강남권 시프트 입주를 원하는 수요자들을 노린 특별공급 입주권 편법 거래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하지만 특별공급 입주권을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입주권을 받더라도 원하는 지역에 입주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별공급 입주권에 웃돈 9000만원까지 붙기도


17일 서울시 SH공사에 따르면 올해 공급될 시프트는 2219가구다. 이 중 강남권에 전체 물량의 80%인 1764가구가 쏟아진다. 당장 다음달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85가구)와 잠원동 래미안잠원(81가구) 등 인기 단지에서 166가구가 선보이고, 하반기에 송파구 위례신도시(998가구)와 오금지구(472가구), 거여동(128가구) 등지에서 159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에 시프트 공급 물량이 많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00% 입주가 가능한 특별공급 입주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시프트 특별공급은 서울시가 도시계획사업을 추진하면서 도로나 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철거해야 하는 주택 소유자에게 보상 차원에서 시프트 입주권을 주는 것이다. 일반공급은 청약통장이 필요하고 소득 기준 등 입주 자격이 까다로운데다 경쟁률도 치열해 ‘하늘의 별따기’란 말이 나돌 만큼 입주하기가 어렵다. 입주 후에도 재산이나 소득이 기준을 넘으면 퇴거해야 한다.

반면 특별공급은 입주권만 갖고 있으면 청약통장도 필요 없고 지역에 관계없이 100% 입주가 보장된다. 입주 후에도 무주택 상태만 유지하면 다른 조건과 관계없이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관건은 철거 예정 주택을 매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틈새를 노려 철거 예정 주택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업자들이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철거 예정 주택을 미리 매입한 뒤 여기에 웃돈을 붙여 시프트 입주 희망자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사는 “보통 1억~1억 5000만원 선에 철거 예정 주택 매입이 가능하다”며 “중개업자가 여기에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9000만원 정도를 더 붙여 판매하는 식”이라고 귀띔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강남권 시프트 입주가 100% 보장되기만 하면 웃돈을 주고라도 입주권을 확보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처음 입주할 때부터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임대보증금이 책정되고 보증금 인상률로 5%로 제한돼 있어 요즘 같은 전셋값 폭등기에는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전세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철거 취소땐 큰 피해…신중히 선택해야

문제는 철거 예정 주택을 갖고 있더라도 서울시나 해당 구청의 도시계획 변경에 따라 철거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철거 예정 주택 매입자는 쓸모없는 낡은 주택을 시세보다 수천만원 비싸게 산 터라 재산상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도시계획이란 게 영원 불변한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 믿고 철거 예정 주택을 샀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매입한 주택이 예정대로 철거돼 입주권을 확보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단지에 입주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게 SH공사와 구청 측 설명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특별공급으로 나오는 물량이 적은데다 인기 단지는 경쟁률이 치열해 원하는 곳에 입주하기가 쉽지 않다”며 “입주권을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입주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선호 지역과 단지로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철거 예정 주택을 도시계획 주민열람 공고 이후에 매입할 경우에는 입주권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임대주택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수요자들이 싼값에 장기 입주할 수 있는 시프트 특별공급 편법 거래 유혹에 빠질 우려가 높다”며 “만약 잘못될 경우 재산상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주변 시세보다 20% 저렴한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전세 형태로 거주할 수 있는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이다. ‘입주가 곧 로또 당첨’이란 말이 나올 만큼 선호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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