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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201 서초구민회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했다. ‘4·13 총선 후보자들의 면면을 아시느냐’는 질문에 여야 대결구도가 아닌 새누리당 경선 얘기가 나왔다. 서초을은 경선이 곧 본선인 여당의 텃밭이다. 예비선거가 더 뜨거운 이유는 그래서다. 양재1동에서 13년째 거주한 서 모(52)씨는 “정권을 잡은 힘있는 정당을 밀어줘야 한다”며 “야당보다는 새누리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친박vs비박…합종연횡 염두 비방전 자제
이날 서초문화원 제7차 정기총회가 열리는 행사장 앞에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먼저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이동관입니다.” 시민들의 손을 잡고 등을 쓸었다.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오자 서로 “어이구, 안녕하십니까”라며 인사를 나눴다. 정옥임 전 의원도 얼굴을 비췄다. 모두 서초을 예비후보다.
하나같이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강석훈 의원과의 본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선 1·2위 후보간 득표율이 10%포인트 이내면 결선을 치르게 된다. “결선에서 합종연횡을 위해 네거티브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 예비후보 측근은 귀띔했다.
무게 중심이 경선에 있다 보니 지역유세 보다는 선거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당원명부를 보고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에게 전화를 돌리기 위해서다. 구도상으로는 친박(親朴·친박근혜)인 강 의원 대 이 전 수석·박 전 청장·정 전 의원 등 비박(非朴) 각축전이다.
이 전 수석은 구민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28년 동안 서초에서 살았고 국정의 중심인 청와대에서 5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면서 “양재동 화훼단지, 서초동 정보사 이전 부지 개발, 방배동 복개천 개발 등 국책사업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꼭 성사 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친이명박계 대표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계파대표를 뽑는 게 아니다. 지역민들은 존재감 있는 인물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국가대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시민을 볼 때 마다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이 전 수석은 “책임당원에서 현역에 비해 밀리는 부분을 극복하려면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보다 내가 (강 의원과) 결선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 한 통을 받은 그는 “집 사람이 내곡동 상가를 돌다가 원지동에서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다. 요즘 둘째딸과 막내아들이 모두 저를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강남대로에서 박 전 구청장을 본 한 시민은 “박 구청장님, 꼭 당선 되십시오”라며 되레 허리를 굽히며 악수를 청했다. 박 전 구청장은 “지역주민과의 친숙도는 내가 단연 앞선다”고 했다. 이어 “이 지역에는 학교나 사무실 등 빈공간이 많은데 서초의 고급인력, 대기업과 연계한 창업벨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무실에는 김무성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는 “대표 취임 1주년 행사 때 함께 찍은 사진”이라며 “국민공천으로 주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강석훈, 본선 고민…김기영 “악전고투”
서초구 반포대로 45 명정빌딩 4층. 강 의원은 구민회관을 방문한 뒤 곧바로 지역사무실로 향했다. 지역 민원을 듣기 위해서다. 국회 의사일정이 없는 날에는 지역구 관리에 한창이다. 강 의원은 “오늘은 탁구교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등을 했고 필리버스터 때문에 본회의장에서 당번도 서고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경선보다 본선이 더 고민이다. 서초을에 해당하는 내곡동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선 데다 서초동 재건축 탓에 여당 텃밭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서초을은 더이상 여당 강세 지역이 아니다”며 “경선에서 후보들끼리 상처를 주고 본선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상대진영에서는 지역위원장인 김기영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섰다. 그는 “악전고투 중이지만 본선에서 1% 내외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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