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열 "큰 산 잘 넘겼다"…서울시향 정기연주 데뷔

지난 16·17일 '말러 교향곡 6번' 완주
1년7개월 부지휘자, 정기연주회 첫 지휘봉
앙상블 연주기량↑·자신만의 해석 돋보여
합심한 덕, 단원들에게 온전히 공 돌려
"이번 경험 앞으로 활동에 보약될 것"
  • 등록 2016-01-18 오전 4:25:52

    수정 2016-01-18 오전 4:53:27

16일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 전 예술감독을 대신해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6번 연주를 이끈 최수열(가운데)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연주를 마치고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최 부지휘자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 정식 데뷔 무대를 치렀다(사진=서울시향).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허공을 가르는 지휘봉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16일 하루 전날의 성연에 힘입어 젊은 지휘자의 손끝은 한층 가벼우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연주는 다소 거칠었지만 강렬하면서도 무리 없는 완주를 선보이자 1876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두 번째 정기연주회 무대. 크리스토프 에센 바흐에 이어 두 번째 대체 지휘봉을 잡은 최수열(37)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대작의 부담감을 극복하고 제 기량을 맘껏 뽐냈다. 2014년 부지휘자에 선임된 후 1년 7개월여 동안 꾸준히 여러 무대에서 지휘했지만 전체 풀 편성 정기연주회에 정식 데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명훈(63) 전 예술감독을 대신해 하루 전날 밤과 이날 두 차례에 걸쳐 말러 교향곡 6번을 이끈 최 부지휘자는 전날보다 한 뼘은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16일 치러진 연주회 초반에는 최 부지휘자와 단원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면 이날 무대는 달랐다. 거침없는 지휘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가 하면 단원들은 말러 특유의 다채로운 음색의 향연을 펼쳐 보였다. 특히 시원하게 맘껏 내지르는 발산의 힘은 모자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트럼펫 객원수석 다비드 게리에(사진=서울시향).
객원 트럼펫 수석의 놀라운 기량도 볼거리였다. 정 전 감독 사임 후 악장 재계약 거부의사를 밝힌 스베틀린 루세브를 대신한 부악장 신아라도 담담히 악장 역할을 소화했다.

1악장 초반은 악기군별 앙상블을 강조해 산만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소리가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객원 수석주자로 참여한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다비드 게리에의 맹활약에 연주는 점차 힘이 실렸다.

서울시향이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11번째 녹음을 위해 준비해오던 이 곡은 해석이 까다로워 거장들도 줄줄이 난색을 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당초 서울시향도 저명한 지휘자를 섭외했지만 연주곡 변경을 요구해 결국 최수열 부지휘자가 최종 낙점됐다.

황진규 평론가는 “말러 6번은 대곡이다. 거장들도 꺼린다. 꾸준히 무대에 섰지만 큰 무대 경험이적은 최수열 부지휘자에게 어찌 보면 이번 연주는 가혹한 시련이자 독이 든 성배였다.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기량에서 무난하게 해독하고 완주한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부담감이 컸을 텐데 잘 극복했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 활동하는데 약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지휘석에 홀로 서 고군분투한 최수열 부지휘자는 공을 온전히 단원들에게 돌렸다. 커튼콜에서는 직접 파트별 연주자들을 일으켜 세워 관객의 박수를 유도, 자신도 큰 갈채를 보냈다.

최 부지휘자는 공연 후 전화 인터뷰에서 “몸담고 있는 조직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란 생각에 다른 때보다 큰 책임감과 소속감으로 임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모든 공연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어제 공연이 에너지와 집중력이 높았던 공연이었다면오늘 무대는 두 번째 연주인 만큼 모두 큰 방향성 안에서 완급조절을 하며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말러 6번은 지휘자나 악단에 큰 산과 같은 어려운 작품임에도 단원, 스태프들과 합심해 잘 넘긴 것 같다”고 자평했다.

서울시향은 조만간 대표이사 자문기구인 ‘지휘자 발굴 위원회’를 구성해 정명훈 후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루세브를 비롯해 정 감 독의 인연으로 합류한 단원들과의 재계약도 계속 협의 중이다. 또 정 전 감독의 이름을 믿고 지원을 약속하기로 했던 후원사들과의 계약 이행 부분도 함께 진행 중에 있다.

커튼콜 모습(사진=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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