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내년에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집값 상승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내년 상반기 아파트값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상승 폭이 떨어지는 ‘상고하저’의 흐름이 예상된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계절적인 비수기를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숨 고르기로 보기엔 이른 감이 있다. 내년엔 가계부채 이슈 등으로 상반기에 집값 움직임이 주춤하다가도 하반기 들어 상승하는 ‘상저하고’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올 한해 거침없이 달려온 부동산시장의 내년도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올 들어 줄곧 오르막을 걷던 일부 부동산 지표가 최근 들어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전세난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서울·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KDI “과잉 공급에 집값 조정 불가피”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달 말 내놓은 ‘부동산시장 동향’에서 올해 전국의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이 49만 1594가구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이 판쳤던 지난 2007년(29만여 가구)보다도 많은 물량이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의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23~27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 오르면서 지난 1월 둘째 주(0.03%)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상반기(1~6월)에만 아파트값이 3.92% 치솟으며 서울시내 최고 상승률을 보였던 강동구는 아파트값이 2주 동안 0.08% 떨어졌다. 관악구(-0.06%)와 노원구(-0.03%) 아파트값도 내림세에 동참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가을 이사철이 막바지에 접어든데다 그동안의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감에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아파트 매매 가격도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부산지역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0.31% 올라 한 달 전(0.44%)과 비교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부산과 대구 등 지방 광역시의 아파트값 상승 폭이 둔화 된데다 내년부터 이들 지역에 적지 않은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올해와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요즘 주택시장 상황을 숨고르기 장세로 해석하기엔 시기상조란 의견도 있다. 박원갑 위원은 “적절한 주택 보급률을 105로 봤을 때 현재 우리나라는 103 정도 수준이어서 단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경기부양 카드로 꺼내든데다 내년도 총선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전세 물건 부족으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불붙은 재건축 아파트시장의 고분양가도 향후 시장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 자문부 팀장은 “서울·수도권 지역에선 재건축 이주 수요가 아직 많고 내년도 입주 물량도 많지 않아 내년까지 주택 매매의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최근 들어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건설사나 재건축 조합이 마냥 오르고 있는 분양가 조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자칫 미분양 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