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출과 내수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을 본다면 지나친 비관론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한 대기업들의 생존전략과 미래 먹거리 확보 움직임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이 사업구조 재편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반도체 ‘초격차 전략’의 성과는 이미 3분기까지의 실적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함께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인 배터리 사업도 순항중이다. 삼성은 석유화학, 방위산업, 카메라 사업 등 비수익사업 정리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현대자동차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올 상반기까지 국내외 판매부진에 고전한 현대차는 가격 할인정책과 신차 출시로 위기를 극복하며 신흥시장 점유율 높이기 전략을 지속중이다. 특히 현대차는 이달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하면서 무인자동차 기술을 EQ900(에쿠스 신모델)에 선보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와함께 고성능모델 N 출시를 위한 준비상황을 기자들에게 선보이며 자신감을 과시했다. 폭스바겐 연비조작 파문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가 과거 도요타 리콜 사태때와 같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도 석유화학과 방위산업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빅딜을 마무리했다. 한화는 무엇보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가격이 초약세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태양광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된다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산업의 후퇴와 해운, 철강, 화학 등 장기적인 불황에 시달리는 기간산업에 대한 우려감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수출 주력산업과 내수산업에서의 신성장 모델을 찾기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을 통해 7조원대 수출을 성사시킨 것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들의 생존전략이 과거처럼 단순히 판매관리비를 줄이고 희망퇴직 등을 통해 경비를 절감하는 방법에 머물지 않고, 신성장 동력을 찾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필요한 기술은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대기업 구조조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