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내년 비관론에 대한 오해

  • 등록 2015-11-23 오전 6:00:00

    수정 2015-11-23 오전 6:00:00

[조영훈 부국장 겸 산업부장] 내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그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정부를 비롯해 각 연구기관들이 전망하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2%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중국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후폭풍 우려감이 그 어느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과 내수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을 본다면 지나친 비관론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한 대기업들의 생존전략과 미래 먹거리 확보 움직임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이 사업구조 재편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반도체 ‘초격차 전략’의 성과는 이미 3분기까지의 실적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함께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인 배터리 사업도 순항중이다. 삼성은 석유화학, 방위산업, 카메라 사업 등 비수익사업 정리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LG그룹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LG전자 주가는 장기 하락추세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지만 자동차부품사업(VC)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LG전자 VC사업부는 벤츠와 카메라 시스템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GM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 핵심부품을 납품하기로 했다. 4분기 VC사업부가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현대자동차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올 상반기까지 국내외 판매부진에 고전한 현대차는 가격 할인정책과 신차 출시로 위기를 극복하며 신흥시장 점유율 높이기 전략을 지속중이다. 특히 현대차는 이달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하면서 무인자동차 기술을 EQ900(에쿠스 신모델)에 선보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와함께 고성능모델 N 출시를 위한 준비상황을 기자들에게 선보이며 자신감을 과시했다. 폭스바겐 연비조작 파문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가 과거 도요타 리콜 사태때와 같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도 석유화학과 방위산업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빅딜을 마무리했다. 한화는 무엇보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가격이 초약세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태양광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된다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출소 후 한발 늦었지만 사업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신공장 준공 및 추가 건설 사업을 본격화하며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양대산맥’으로 장기 성장할 수 있는 베팅에 나섰다.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통신부문에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카드를 꺼냈다. 최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새로운 사업전략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산업의 후퇴와 해운, 철강, 화학 등 장기적인 불황에 시달리는 기간산업에 대한 우려감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수출 주력산업과 내수산업에서의 신성장 모델을 찾기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을 통해 7조원대 수출을 성사시킨 것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들의 생존전략이 과거처럼 단순히 판매관리비를 줄이고 희망퇴직 등을 통해 경비를 절감하는 방법에 머물지 않고, 신성장 동력을 찾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필요한 기술은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대기업 구조조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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