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제약사가 내놓은 신약은 25개에 불과하고 아직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글로벌 1위 제약사 노바티스(약 60조원)와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한 수준이다.
단기성과 목맨 대기업들 의약품 시장서 고전
지난 1980년대 이후 대기업들이 속속 제약산업에 진출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업체는 찾기 힘들다.
최근 시장 철수를 선언한 드림파마와 태평양제약은 시장에서도 외면을 받는 시점에 매각이 이뤄졌다. 드림파마는 2009년 17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13년 9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태평양제약 역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시장보다는 내수 시장에만 안주하다 리베이트 규제강화 등 환경 변화로 실적이 부진하자 사업을 접었다.
공교롭게도 드림파마와 태평양제약 모두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되면서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
태평양제약과 드림파마의 매각은 직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졌다. 태평양제약의 경우 한독이 150여명의 영업사원을 그대로 승계했지만 사업 철수직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1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드림파마는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근화제약과 통합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근화제약도 드림파마와 마찬가지로 제네릭 중심의 영업을 한다. 근화제약과 드림파마 모두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있지만 지원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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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투자 소홀로 국내제약 영세성 부추겨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제약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다.
신약 1개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함께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데도 눈 앞의 실적에만 급급하다보니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의약품 허가와 보험약가와 같은 규제 장벽도 높고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 영업행위도 대기업들 입장에선 낯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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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의 10% 이상을 R&D 비용으로 투입하는 업체는 한미약품(128940), LG생명과학(068870), 동아에스티(170900), 종근당(185750), 유나이티드제약(033270) 등에 불과하다. 로슈, 노바티스 등이 연간 10조원 이상을 R&D 분야에 투입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인색한 R&D 투자는 제품 경쟁력 악화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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