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벌꿀 문제 해결책은 없는가

설탕물 먹인 사양벌꿀 천연벌꿀로 둔갑 사례 잦아
식약처 사양벌꿀 표기 여부 업체들 자율에 맡겨
"직거래 80%인 국내 벌꿀 유통구조 개선해야"
  • 등록 2015-05-06 오전 3:00:00

    수정 2015-05-06 오전 3:00:00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지난해 9월 안산경찰서는 설탕이 섞인 가짜꿀을 진짜로 속여판 혐의로 김모(64)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설탕이 섞인 꿀을 100% 아카시아 꿀인 것으로 표기한 라벨을 붙여 8000여 만원 상당어치 제품을 수도권 일대에 유통시켰다.

양봉산업의 호황기를 막는 대표적 장애물이 가짜꿀 문제다. 가짜꿀은 위 사례처럼 꿀에 직접 설탕을 섞은 뒤 100% 꿀인 것처럼 속이는 경우도 있지만 설탕을 먹여 키운 꿀벌로부터 얻은 ‘사양꿀’을 꽃에서 꿀을 얻은 농축꿀이나 숙성꿀로 속여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축꿀은 꽃에서 나온 꿀을 기계적으로 압축한 꿀이며, 숙성꿀은 벌이 채집한 꿀을 벌통에서 숙성시켜 만든 꿀이다. 사양꿀은 설탕성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향균, 항암효과 등 천연꿀에서 얻을 수 있는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중에서는 천연꿀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팔린다.

지난 2012년 3월 식품의약품안정청이 적발한 가짜벌꿀. 사진=식약처
최근에는 소비자시민모임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3개 천연벌꿀 표기 제품을 검사한 결과 2개 제품이 사양벌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시중에 가짜벌꿀이 버젓이 유통되는 원인은 사양벌꿀에 대해 식약처가 자율표시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009년 개정된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사양꿀을 판매할 때는 제품에 사양이라고 표기하고 뜻에 대한 설명 문구 역시 기재하도록 돼있다. 문제는 이 규정이 의무 사항이 아닌, 업체 판단에 따른 자율표시 사항이라는 것. 이를 악용한 일부 업체들이 사양꿀 표기를 생략하거나 벌꿀로 판매하면서 사실상 규정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사양꿀과 천연꿀을 맛과 향, 색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로써는 탄소동위원소측정법을 이용해 꿀에 함유된 물질 구성을 조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탄소동위원소측정법에 따라 탄소비가 23.5% 이상이어야 천연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농총진흥청은 가짜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벌꿀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등급제 시행에 따라 한국양봉협회 소속 모든 양봉농가는 생산한 벌꿀에 대해 표본조사를 거치게 된다. 벌꿀은 수분·당 비율·향과 맛·결함 여부·색깔·신선도에 따라 1+, 1, 2등급 등 3단계로 나뉜다. 여기에는 사양꿀 여부를 알 수 있는 탄소동위원소측정법도 적용된다.

하지만 한국양봉협회 소속 양봉농가만 대상으로 하는 등급제가 확실한 대안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직거래에 의존하는 국내 벌꿀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 벌꿀 유통은 80%가 직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유통업자를 통한 것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김용래(61) 한국양봉농협조합 조합장은 “일정 대상에 한하는 등급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대부분의 농가가 직거래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만큼 유통시장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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