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에는 ‘여권의 수성’과 ‘야권의 도전’이라는 단순 구도와는 또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불출마하는 가운데 ‘무소속 시민후보’를 표방하고 있는 오거돈 후보가 집권여당의 서병수 후보와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여론조사는 지지율 ‘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부산지역 향토기업가 집안 출신이고, 경남고 선후배(오 후보가 4년 선배) 사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서병수, 친박 핵심 여당후보
경제학 박사 출신인 그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여의도연구소장,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등 핵심보직을 거치며 ‘정책통’ 이미지를 굳혔다. 기재위원장 시절에는 감세정책의 근간이 되는 세법 개정안 및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간 이견이 있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대학 1년 후배이기도 한 서 후보는 당내 친박계 핵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출마를 고심했을 때는 당시 박근혜 의원이 ‘부산시장보다 지금은 저를 곁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하자 출마 뜻을 접었다는 일화도 있다. 이후 한나라당 최고위원, 새누리당 사무총장 등 요직을 역임했고, 2012년 대선때는 선대위 당무조정본부장을 지내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서 후보는 정치입문 후 줄곧 여당에 몸담아왔지만, 부산출신으로 대권후보를 지낸 문재인 의원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두사람은 경남고(25회) 동기동창이고, 문 의원의 자서전 ‘운명’에도 ‘훗날 잘된 친구’로 서 후보의 이름이 나온다.
서 후보의 대표공약은 △임기중 20만개 좋은일자리 창출 △선진국 수준의 비상관리시스템 수립 △가덕 신공항 유치 △사상 스마트시티 조성 등이다.
오거돈, 부산행정 전문 무소속 후보
그가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이 무렵부터다. 2004년 4월 당시 시장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오 후보는 이듬해인 2005년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당시 APEC 개최지는 부산보다 제주가 유력했지만, 오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조건으로 APEC 부산 개최를 따냈다.
그러나 두 달 뒤 실제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선 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 후보에 고배를 마셨다. 이듬해 해양수산부장관에 발탁됐고, 2006년 부산시장 선거에 재도전했지만 역시 허 후보에 패했다. 2008년부터는 한국해양대 총장을 맡아 4년을 재임하며 교육·해양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해양대 총장시절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총장협의회장, 세계해양대학총장협의회 의장 등도 겸임했고, 2012년에는 민간단체인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를 지냈다.
오 후보는 지난 16일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후보직을 양보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는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를 제외하면 사실상 야권의 단일후보가 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후보로 두 번의 선거에 나섰던 오 후보는 이번에는 일찌감치 ‘무소속’을 표방했다. ‘무소속만이 현재의 부산을 위기에서 탈출시킬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선거캠프도 ‘시민연합캠프’로 이름을 지었다.
주요 공약은 △재난 종합대응시스템 구축 △고리1호기 폐로 및 신규원전 전면취소 △가덕신공항 민간사업으로 추진 △해운·해양기업 본사 부산유치 △유망벤처기업 1000개 창업지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