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몰리는 '경매'...파리 날리는 '매매'

중대형 물건 급매보다 싸 경매서 인기
양도세 중과 폐지 및 취득세 감면 영향
전월세 과세 직격탄 맞은 매매는 시들
  • 등록 2014-04-14 오전 6:00:00

    수정 2014-04-14 오전 6:00:00

△지난 2월말 정부가 전월세 과세 방침을 밝힌 이후 아파트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지만 경매시장은 넉달 연속 낙찰가율이 오르는 등 활기를 띄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에서 입찰자들이 경매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지지옥션>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2013타경1XXXX 물건은 20억 139만원을 쓴 이OO씨에게 낙찰됐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이 시각 경매에 오른 감정가 21억5000만원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169㎡형 아파트에는 6명이 응찰, 결국 2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매매시장에서 외면받아온 초고가 중대형(전용 85㎡초과)아파트지만 경매시장에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무려 93.1%에 달했다. 국민은행 시세조사를 보면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평균 23억5000만원으로, 매매시 차익 3억5000만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 경매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세가 감정가보다 높은 물건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경매에서는 입지 좋은 대형아파트를 급매물보다 싸게 살수 있어 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중대형 아파트, 경매시장선 ‘귀하신 몸’

정부가 지난 2월 전월세 과세 방침을 밝힌 이후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경매시장은 인기가 오히려 늘면서 낙찰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경매에 부쳐진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9.04%로 지난달(87.53%)보다 1.51%포인트 올랐다. 올해 1월(85.44%)이후 넉달 연속 상승세다. 경기와 인천지역 낙찰가율도 87.56%와 86.35%로 전달보다 각각 0.95%포인트, 2.99%포인트 올랐다.

특히 서울에서는 이달 들어 전용 85㎡초과 중대형 아파트 낙찰가율(89.15%)이 중소형 아파트(88.89%)를 넘어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남부지법 경매에서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5단지 전용 95㎡형 아파트가 감정가(8억3000만원)보다 2000만원이나 비싼 8억5000만원(낙찰가율 102.4%)에 낙찰됐다. 반면 일주일 전인 지난 2일 경매된 신시가지 8단지 전용 55㎡형(감정가 4억3800만원)의 낙찰가율은 89.27%(3억9102만원)로 5단지 중대형 아파트보다 낮았다.

이날 경매에 나온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도 지난해 말 낙찰가율은 75~80%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월 전용 198㎡형이 84.4%(22억3600만원)를 기록한 이후 두 달만에 90%선을 넘어섰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집값이 바닥에 이르렀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감정가가 낮게 책정된 중대형 물건은 투자수요뿐 아니라 실수요까지 몰리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 시세가 오르던 시점에 감정가가 매겨진 물건들은 오는 5~6월부터 나올 것으로 보여 경매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 거래량 감소..이중고 겪는 매매시장

이달 들어 매매시장은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량은 줄어드는 등 하락세가 뚜렷하다. 정부의 전월세 과세 방침이 나온 이후 다주택자들은 추가 매수를 꺼리고 소유한 집은 처분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들도 알짜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분양시장으로 몰리면서 매매시장은 위축되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이달 둘째주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0.02%떨어지며 지난해 9월 첫째주 이후 31주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특히 강남권(-0.02%)와 경기권(-0.04%)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 파크리오’아파트 전용 84㎡형은 지난 2월엔 8억원 이하에 팔린 사례가 없었으나 지난달에는 7억9000만원(7층)까지 매매가가 떨어졌다. 신천동 우리공인 관계자는 “매매시장에 관망세가 확대되면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도 수천만원씩 내리며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량도 줄고 있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991건으로 하루 평균 271.9건이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하루 평균 298.6건이 매매된 것에 비해 9%가량 줄어든 수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계약일로부터 1~2달 뒤에 거래 신고를 하기 때문에 3월 이후 계약된 물건들이 이달 들어 통계에 잡히면서 매매량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2분기(4~6월)에는 봄 이사철이 끝나고 여름 비수기가 가까워 계절적 요인으로 매매시장의 관망세가 커질수 밖에 없다”며 “다만 전월세 과세 방침은 기준이 명확히 정리돼 국회 통과가 이뤄진다면 오랜 기간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감정원·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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