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호금융기관의 문제점과 감독방향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
  • 등록 2013-10-11 오전 6:00:00

    수정 2013-10-11 오전 6:00:00

김영기 금감원 상호여전감독국장
서민들은 금융기관을 믿고 큰 돈을 맡겼다가 낭패를 본 기억이 생생하다. 이익은 사유(私有)하고 손실은 공유(共有)하는 구조에서 야기된 저축은행 사태의 쓰라린 추억은 아직도 우릴 떠나지 않는 가운데 최근에는 수익력이 취약한 상호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및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기관은 금융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농·어민과 서민계층의 상호부조를 위해 지역, 단체, 직장과 같은 공동유대를 기초로 자생적으로 생겨났고 약 40년 이상을 제도권 서민금융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4년여 사이에 자산규모가 316조원에서 465조원으로 증가한 가운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0년대 후반 이후 금융권역 간의 규제 장벽이 차츰 허물어지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금융시장은 자연스럽게 대형 금융회사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규모가 영세한 서민금융기관의 설 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3700여 개가 넘는 상호금융기관은 예금의 약 70%를 대출로, 나머지 여유자금은 유가증권으로 운용하고 있다. 그만큼 예금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대출은 거의 대부분이 개인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담보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상호금융기관의 경영실적은 부동산 시장과 가계의 경기 그리고 채권시장 흐름에 거의 좌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 하에 감독당국은 상호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점에 감독방향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첫째, 상호금융기관은 공동유대를 기초로 한 서민금융 공급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형 성장이 억제되어야 하며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은 과감히 벗어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조합형 금융기관의 장점을 살려 영업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부동산 담보대출에 의존하는 손쉬운 영업과 대형은행을 모방하는 경영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관계형 금융을 키우는 노력을 통해 조합원을 위한 금융기관이 되어야 하며,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감시체계가 작동되어야 한다.

특히 2008년 이후 예탁금 비과세혜택 확대로 늘어난 여유자금을 유가증권에 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금융시장 상황과 상호금융기관의 운용능력을 고려할 때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율적인 상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중앙회와 감독 부처의 역할과 함께 공동운명체 조직특성에 적합한 구조조정 방식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감독기관이 금융위, 농림부, 해수부, 산림청, 안행부로 나누어져 있는 만큼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감독기관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금년 초부터 각 부처는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구성하여 정기적으로 감독정보를 공유하고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있다.

목이 마른 뒤에야 우물을 파는 ‘임갈굴정(臨渴掘井)’의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과 현명한 대응이 긴요한 시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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