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李농림 "국민 동의 있다면 한·중FTA도 두렵지 않다"

  • 등록 2013-08-20 오전 7:00:00

    수정 2013-08-20 오전 9:52:30

[대담 = 송길호 이데일리 정경부장, 정리 = 안혜신 기자]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건물 앞에는 150평을 훌쩍 넘는 ‘녹색정원’이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이 잔디밭엔 전체적인 조경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보리가 가득 심어져 있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보리밭’을 그것도 도심 한복판 연구원 앞마당에 조성한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도시의 농사꾼’으로 불리는 이동필(58)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다.

‘6차산업’ 개념 국내 첫 도입..“농산물로 고부가 가치 낸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만난 그는 만면 웃음을 띠며 스스로 일군 보리밭에 대해 설명했다. “텃밭가꾸기가 취미인데 연구원 원장을 하면서 마당을 갈아 보리를 심었어요. 연구원들이 지나다니면서 예전 어려운 시절 우리 국민들이 겪었던 보릿고개를 떠올리며 늘 농업과 먹거리를 생각하며 연구에 매진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죠.”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 권욱 기자 ukkwon@)
이 장관은 농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자신도 농촌 출신이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어릴적부터 부지런한 농촌이 상대적으로 도시에 비해 잘 살지 못하는 이유가 항상 궁금했다고 한다.

“농촌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부지런합니다. 그런데도 여유있게 살기가 쉽지 않죠. 그 이유라도 알아보겠다는 각오로 서울로 왔습니다”

정신없이 연구에 매진하던 그가 농촌을 살리기위해 고안해 낸 방법은 바로 ‘6차산업’. 6차산업이란 1차산업인 농업, 2차산업인 제조업, 3차산업인 서비스업의 복합이다. 이 장관은 농업이나 어업의 6차산업화 개념을 지난 1996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농업의 본질적인 가치, 부가소득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게 필수적이었죠. 과거엔 농업생산이 모든 것이었지만 우리나라는 농지 규모도 작고 노동력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생산물이 적더라도 이를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기술(BT) 등 첨단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관광과 연결하는 사업 등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6차산업이란 결국 박근혜정부의 아이콘인 창조경제를 1차산업인 농업이나 어업분야에 접목시킨 개념이다. 작은 농산물 작은 해산물로도 고부가 가치를 이끌어내는 산업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넘치고 있는 쌀을 술로 빚어서 가공하고 이 술을 중심으로 지역 축제를 만들면 어떻겠습니다. 그러면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쌀 자체를 판매할 때보다 농촌의 경쟁력이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요.”

이 장관은 6차산업의 모델로 스위스 그뤼에르를 꼽았다. “그뤼에르는 자그마한 농촌마을이죠. 그런데 거기서 치즈를 6차 산업화 시켰습니다. 그뤼에르 치즈를 보러가는 것이 관광 프로그램화 돼있는 거죠. 농업이 관광과 융합한 셈인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모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민 공감 있다면..FTA도 두렵지 않아”

우리나라 농촌의 6차산업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제 막 개념이 도입되고 전체적인 방향이 그려지고 있는 수준이다. 때문에 아직 6차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지나치게 외형적인 모습에만 치중하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장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평생 품고 있던 생각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6차산업화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기본방향인 ‘지자체와 주민이 중심이 되는 자율적·상향식 추진’이 중요합니다. 이를 기본으로 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6차산업화 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소통의 중요성도 이 장관의 강조점중 하나다. 농업도 결국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산업인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잘 헤아려야 농업의 발전도, 6차산업의 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이 장관은 지난 4월 ‘국민공감농정위원회’를 구성했다. 160여 명의 민·관·학계 위원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 유통구조 개선, 기업의 농업참여 가이드라인 등 굵직한 정책들이 정리됐다. 이 위원회를 통해 이 장관은 농업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인 인식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나아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파고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동의를 받기 어렵죠. 반대로 국민의 동의를 받으면 어떤 일이든 쉬워진다는 말과 같습니다. FTA가 체결돼 값싼 수입 농산물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국민들이 ‘우리 농산물이 좋고, 이걸 사먹어야 우리 농촌이 유지된다’는 생각에 동의만 해준다면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고 봅니다”

농업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농림부는 이와 관련, 내년부터 구체적인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자그마한 텃밭가꾸기를 통해서도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소중함이나 고마움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시농업은 이를 좀 더 전문적으로 끌어내는 방법이지요. 기술이나 농자재 등 큰 돈을 안들이고 일상에서 쉽게 농업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시멘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셈 아닐까요”

더 살기 좋은 농촌, 더 잘사는 농촌에 대한 이 장관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농촌에 대한 ‘무한 애정’ 역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농촌과 농업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대부분은 여전히 영세 고령자들이죠. 그럼에도 농업과 농촌은 분명히 소중한 존재입니다. 농업으로 떼돈을 버는건 아니더라도 생명의 소중함 등을 공감해서 이땅에 농업이 남고, 농촌을 지키는 근거가 될 수 있지요. 이 과정에서 좀 더 희망의 전기를 마련하는 장관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동필 장관은

1955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영남대 축산경영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미주리대에서 농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입사해 30년을 농업분야 연구에 쏟아부었다. 농촌경제연구원 정보관리실장, 지식정보센터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2011년 원장 자리에 올랐다. 1998년부터 2년간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으며, 2006~2012년 농림수산식품부 규제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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