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부족이 심각하다. 올들어 5월까지의 세수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조원 가량 줄었으며 세수 목표대비 진도율도 41.3%에 불과하다. 이는 2010년~2012년의 46~48%대에 비해 크게 낮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45.8%에도 못미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상반기에 10조원, 연간으로는 20조원의 세수부족 사태가 예상된다.
예상을 뛰어넘는 세수부족으로 복지 확대나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중점과제를 추진하는 데 꼭 필요한 재원마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차 추경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1차 추경 규모가 컸고 국채 발행이 늘수록 국가신용도에도 악재가 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세수부족의 주된 원인은 경기침체다. 5월까지 법인세가 1년 전에 비해 17.9%나 줄었고 부가가치세도 내수 침체의 영향으로 7.2%나 감소했다. 경기흐름상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정부부터 지출규모를 줄여야 하는데 현실은 다르다. 정부의 내년 예산요구 현황을 보면 돈을 쓰는 분야인 보건·복지·노동분야와 교육, 그리고 문화·체육·관광 등은 요구액이 늘어났다. 반면 경기에 영향을 주는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의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정부내에서 지출의 우선순위에 대한 재조정이 있어야 한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나라 살림이 계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면 증세를 검토해야 한다.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국세청이 바빠진 것은 바람직하다. 매년 발생하는 5조~6조원의 체납액과 역외탈세나 고소득 자영업자 등 지능적인 탈세·탈루 사범들만 적발해 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의욕이 지나쳐 성실하게 납세한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세무조사 부담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탈세를 눈감아 줘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옥죄는 분위기를 만들어 투자나 기업활동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
세수부족을 해결하는 지름길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르면 세수는 2조원 가량 늘어난다. 따라서 당장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업들을 다그칠 게 아니라 투자를 독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