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연봉때문에 얽힌 금융기관장 인사

  • 등록 2013-04-18 오전 6:00:00

    수정 2013-04-19 오후 2:44:26

[조영훈 금융부장 겸 부국장]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북핵 위기’와 ‘저성장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 중의 하나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이 이제야 이뤄질 정도로 장관 인사가 늦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이뤄지던 ‘여·야 밀월’ 관행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금융권 인사 과정을 봐도 이같은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문성을 갖춘 관료 가운데 낙점됐기 때문에 뒷말은 있었을 지라도 가십 수준에 그쳐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동기동창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KDB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으로 낙점되면서 MB정부 초기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현됐다.

‘다이렉트 뱅킹’으로 상징되는 강만수 전 회장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은 잠정 보류됐고 정책금융기관 기능 회복이 산은의 첫번째 과제로 부상중이다.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하기위해 KDB지주 회장 자리에는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논리다. 홍 회장의 전문성에 대한 비판은 산업은행장 겸임 관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기도 했다.

산은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관심은 이제 금융지주 회장 인사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이른바 ‘4대 천왕’ 중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다. 외형상 금융지주 회장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것은 신제윤 위원장이 밝힌 ‘메가 뱅크’와 무관하지 않다. 상반기 중 로드맵을 만들기로 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 회장을 누가 맡느냐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양 지주사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면 적어도 몇달간은 인사 격랑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러다보니 정말 필요한 금융공기업 인사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현오석 경제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올해 2%대 초반의 저성장이 걱정된다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굵직한 금융기관장 자리는 곧바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들에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정책 루트다. ‘일괄사표 선별수리’와 같은 방안으로 이들 기관장 가운데 재신임을 할 사람은 하고 새로 임명할 사람은 ‘코드’에 맞춰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 기관의 인사는 후순위로 뒤쳐지는 분위기다.

과연 이같은 현상은 왜 발생한 것일까. ‘기관장 연봉’ 수준에 맞춰 인사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있다고 보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효율성이 떨어지는 금융공기업을 비롯한 공기업이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며 기관장들의 각종 판공비를 모두 없애고 연봉을 ‘반토막’냈다. 그러다보니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고참 부장 연봉이 임원보다도 많은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금융공기업 기관장은 “월급에서 직원들 경조사비와 회식비 등을 지원하고 나면 공무원할 때보다 집에 가져가는 돈이 더 적다”고 말했을 정도. 외국계 금융사 CEO를 거쳐 금융공기업 수장을 맡았던 한 기관장도 “월급을 받으면 비서가 관리하고 집에는 10원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한다.

메카뱅크도 좋고 금융공기업 민영화도 좋다. 하지만 서민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면 정책자금 집행 기능을 갖고 있는 금융 공기업이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이들 기관장 자리의 연봉을 높여서라도 비중있는 인물이 나서는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 메가뱅크는 그 다음 순위로 검토해도 늦지 않다.빠를 수록 좋은 일이 있고, 돌다리도 두들겨 확인해야 할 있다. 메카뱅크, 우리금융 민영화는 후세를 생각해 몇번이든 두드리고 모든 방면에서 문제점을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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