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용산 개발사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처해 사실상 좌초하면서 일대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목이 집중됐던 초대형 개발사업의 중단으로 인한 충격이 인근 주택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당장 직격타를 맞게 된 건 용산구 서부이촌동이다. 이 일대는 개발지역에 묶여있어 정상적인 매매거래가 불가능해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다. 하지만 경매시장에선 대출이자를 갚지 못한 주택이 밀려나오며 낙찰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3월 현재 경매시장에 나온 이촌동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5.5%다. 지난 2007년 87%에 비해 무려 21.5%포인트 하락했다.
위기감은 이촌동을 넘어 용산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강로3가 H공인 관계자는 “시장 침체로 용산구 일대도 작년부터 거래가 꽁꽁 얼어붙었는데 이번 일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며 “개발사업이 진행중인 곳이 많은 용산 특성상 투자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디폴트 사태는 용산구 일대에서 진행 중인 다른 개발사업에도 적잖은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1km 가량 떨어진 곳에선 도시환경정비사업인 용산역전면2·3구역의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이 지역엔 오는 12월부터 내년까지 아파트 340여 가구와 오피스텔 1400여실 규모의 대형주상복합 2개 단지가 분양을 실시할 예정이다.
H공인 관계자는 “과거 이곳 조합원의 권리가액(개발이익이 반영된 재산가액)은 감정평가액의 140% 정도였지만 현재는 감정평가액을 밑도는 수준에 거래된다”며 “조만간 조합과 건설사가 분양가를 정해야 하는데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흥행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주변 시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