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대로 세계 경제는 다시 위기로 치닫을 것인가. 아니면 회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시적인 소란에 불과한가. 국내 주요 민간 연구원인 LG경제연구원의 김주형 원장을 만나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 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이 통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 이전 체제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애초 유로존 결성이 정치적 이해 관계의 산물일뿐 재정통합이 어려운 사상누각과 같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현명하게 극복될 것이란 기대가 있는데 이 확률은 극히 적다"며 "유로존이 통합 이전 상태로 돌아가거나, 몇 개 그룹으로 나뉘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재정통합이나 주권 양도가 일어나지 않는 한 유로존은 분열될 수 밖에 없으며 각국이 자국통화를 확보해 경제 구조조정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독일, 프랑스 등 경제적으로 유사하고 노동이동에 문제가 없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1군(first tier)과 그 나머지 국가로 구성된 2군(second tier)으로 나뉘어지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며 "그 어떤 형태든 지금과 같은 체제가 유지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회복 부진, 유럽 재정위기 등 잇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세계 경제 성장률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IT 등 신산업 성장으로 지난 2003~2007년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고성장세를 유지해 기대치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선진국 부채 문제와 자원 부족에 따른 신흥국 성장의 제약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김 원장은 최근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봤다. 그는 "(글로벌 임밸런스에서 파생된) 미국과 유럽의 국가부채 문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고 이는 주도권 경제의 손바뀜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출렁임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프로필: 김주형 LG경제연구원 원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舊 국제경제연구원)을 거쳐 1989년 LG경제연구원에 입사해 2000년까지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2000년부터 3년간 LG투자증권(現 우리투자증권)상무, 리서치센터장, 홀세일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 연구조정실장으로 복귀해 2006년 부사장, 2007년 LG경제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LG생명과학, 산업기술연구회 비상임이사, 지식경제부장관 정책자문위원, 법무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