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硏 "재정위기 유로존 결국 쪼개질 듯"

[글로벌 경제 위기 진단]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유로존 현 체제 유지 힘들어..통합 이전으로 회귀"
"주요국 부채 문제·자원 제약에 세계 성장률 둔화될 것"
  • 등록 2011-08-16 오전 6:40:00

    수정 2011-08-16 오전 6:40:00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정부부채 한도 상향을 둔 정치권의 잡음과 갑작스런 국가신용등급 강등, 잇따른 경기지표 둔화에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렸고 유럽 위기도 진행형이다. 그리스 부도설이 잠잠해지나 했더니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과연 이대로 세계 경제는 다시 위기로 치닫을 것인가. 아니면 회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시적인 소란에 불과한가. 국내 주요 민간 연구원인 LG경제연구원의 김주형 원장을 만나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 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이 통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 이전 체제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애초 유로존 결성이 정치적 이해 관계의 산물일뿐 재정통합이 어려운 사상누각과 같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현명하게 극복될 것이란 기대가 있는데 이 확률은 극히 적다"며 "유로존이 통합 이전 상태로 돌아가거나, 몇 개 그룹으로 나뉘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 유로존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에 대해 원활하게 재정 지원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한 국가라면 중앙 정부가 상대적으로 발전이 늦은 지역을 개발하거나, 일자리를 찾기 위한 지방간 취업자 이동이 가능한데 유로존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재정통합이나 주권 양도가 일어나지 않는 한 유로존은 분열될 수 밖에 없으며 각국이 자국통화를 확보해 경제 구조조정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독일, 프랑스 등 경제적으로 유사하고 노동이동에 문제가 없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1군(first tier)과 그 나머지 국가로 구성된 2군(second tier)으로 나뉘어지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며 "그 어떤 형태든 지금과 같은 체제가 유지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회복 부진, 유럽 재정위기 등 잇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세계 경제 성장률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IT 등 신산업 성장으로 지난 2003~2007년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고성장세를 유지해 기대치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선진국 부채 문제와 자원 부족에 따른 신흥국 성장의 제약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 이중침체(더블딥) 논란이 제기되기 전까지 4% 정도가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성장률로 봤는데 수정해야 할 것 같다"며 "세계 경제는 2012~2015년에 평균 3.5% 정도 성장하고 우리나라는 이를 소폭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최근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봤다. 그는 "(글로벌 임밸런스에서 파생된) 미국과 유럽의 국가부채 문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고 이는 주도권 경제의 손바뀜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출렁임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프로필: 김주형 LG경제연구원 원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舊 국제경제연구원)을 거쳐 1989년 LG경제연구원에 입사해 2000년까지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2000년부터 3년간 LG투자증권(現 우리투자증권)상무, 리서치센터장, 홀세일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 연구조정실장으로 복귀해 2006년 부사장, 2007년 LG경제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LG생명과학, 산업기술연구회 비상임이사, 지식경제부장관 정책자문위원, 법무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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