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과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하루 앞두고 불안감과 경계심이 시장을 지배했다. 부정적인 경제지표의 영향으로 장중 내내 하락권에 머물던 다우 지수는 장 막판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결국 하락세로 마쳤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부터 이틀간 FOMC를 열고 내일(30일)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뒤 당분간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지표는 투자심리에 부담을 더했다. 대도시 집값은 사상최대 하락폭으로 떨어졌고, 소비심리는 5년래 최저 수준으로 꽁꽁 얼어붙어 경기후퇴(recession) 우려를 자극했다.
종목별로는 머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실패가 악재를 던진 반면 마스터카드 등의 실적 호전과 IBM의 배당금 인상은 호재를 안겼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831.94로 전일대비 39.81포인트(0.31%) 하락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426.10으로 1.70포인트(0.07%) 상승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390.94로 5.43포인트(0.39%) 밀렸다.
국제 유가는 북해 송유관 재개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6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3.12달러(2.6%) 급락한 115.63달러로 마감했다.
◇머크·뉴몬트 `하락`-IBM·컨트리와이드·마스터카드 `상승`
제약업체 머크(MRK)가 10.4% 급락했다. 일라이 릴리(LLY)도 2.5% 동반 하락했다.
머크의 콜레스테롤 관련 약품 `코댑티브(Cordaptive)`가 미국 FDA의 승인을 얻는데 실패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유가 급락 여파로 엑손 모빌(XOM)도 0.7% 내렸다. 달러 강세에 따른 상품 가격의 하락으로 뉴몬트 마이닝(NEM)과 프리포트-맥모란 코퍼&골드(FCX)도 각각 2.4%, 4.4% 밀려났다.
반면 `빅블루` IBM(IBM)은 배당금 인상 소식에 1% 상승했다.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CFC)은 3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0.3% 올랐다.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이날 1분기 8억9300만달러(주당 1.6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동기 4억3400만달러(주당72센트)의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톰슨 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월가는 주당 2센트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마스터카드(MA)는 실적 호조로 13% 급등했다.
마스터카드는 이날 1분기 순이익이 4억4690만달러(주당 3.38달러)로 전년동기 2억1490만달러(주당 1.57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특별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3.01달러로 톰슨 로이터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2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영국 정유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도 고유가 덕택에 전망을 웃돈 실적을 내놓으면서 4.6% 전진했다.
BP는 이날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47억달러에서 76억달러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별항목을 제외한 순이익은 65억9000만달러로 전망치인 52억6500만달러를 상회했다.
◇`소비심리 꽁꽁`..4월 소비자신뢰지수 `5년 최저`
미국의 소비심리는 고용시장 위축, 주택가격 하락 등 경기 둔화 영향으로 5년래 최저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의 65.9(수정치)에서 62.3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현재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동행지수가 전월의 90.6에서 80.7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3년 12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향후 6개월 뒤의 체감경기를 의미하는 기대지수는 전월의 49.4에서 50.1로 소폭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물가가 6.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한 이후 최대폭이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발표된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들의 지출이 연간 기준으로 2% 줄어들 것임을 시사했다"며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다소 위안이 되겠지만 향후 수 개월간 지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월 20개 대도시 집값 사상최대 하락
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지난 2월 사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주택가격 지표인 케이스/쉴러 지수에 따르면 20대 대도시의 2월 주택가격은 전년동월대비 평균 12.7% 급락했다. 전월대비로는 2.6%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1년 이 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대 낙폭. 지수는 지난 2007년 1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이 모두 전월대비 하락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1개 도시를 제외하고 일제히 내렸다.
특히 라스베가스와 마이매미의 주택가격이 전년대비 20% 이상 떨어져 사상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S&P 지수 위원회의 데이비드 M. 블리처 위원장은 "수치상으로 주택시장 바닥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