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이지닷컴 왜 화의종결 공시 못했나

  • 등록 2000-08-19 오전 11:23:22

    수정 2000-08-19 오전 11:23:22

이지닷컴은 지난 7일 화의채무이행사항을 수원지방법원에 신청해 18일 허가를 받았다며 이에 따라 촉탁등기 및 매(每) 반기마다 보고하는 자금수지 상환보고 의무를 면제받았다고 이날 공시했다. "화의졸업 승인"를 받았다거나 "올해 거래소시장에서 처음으로 관리종목에서 벗어나는 기업이 됐다"는 식의 성급한 추측과 부풀리기를 무색케 하는 내용이다. 이지닷컴은 이어 "현재 총 채권액 1586억393만624원 중 화의 조기 종결에 동의한 채권은 93.6%인 1484억2798만8857원이며, 미(未) 동의한 채권은 향후 화의조건대로 변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추후 채무 변제완료 여부 등 중요사항 발생시 즉시 공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공시는 "자진공시"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같은 사실을 놓고 일각에선 성급히 "화의종결 허가"라고 못박았고 회사측도 화의종결허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지닷컴이 이날 낮(회사측은 정오무렵이라고 주장) 공시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오후 7시를 넘겨 자진공시 형식으로 공시가 이뤄진 것도 이같은 논란 탓이다. 이지닷컴 등은 이를 "화의종결"로 해석한 반면 증권거래소측은 "화의채무 이행상황을 매반기별로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면제받은 것일 뿐"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의 입장=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객관적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지닷컴은 화의채무중 미동의채무가 100억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있는 사례가 아니어서 변호사 등에게 법률자문을 구하고 당해법인과 문안을 조정하느라 공시가 늦게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관적일 수 있는 회사측 주장을 그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지닷컴은 지난 7일 화의채무이행사항을 수원지방법원에 신청해 18일 허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촉탁등기 및 매 반기마다 보고하는 자금수지 상환보고 의무를 면제받은 것일 뿐 화의를 졸업한 것은 아니라는 게 증권거래소 관계자들의 일관된 해석이다. 실제 자진공시내용도 거래소측 얘기와 일치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화의는 회사정리(법정관리)절차와 달리 법원이 종결을 인가하는 등의 절차를 밟지 않는다고 한다"며 "미동의채권자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법원이 종결결정을 해줬다는 식으로 공시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정보나 루머를 흘리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국내증시 여건상 증권거래소의 이같은 조치는 꼼꼼하게 따져 투자자를 보호하려 했다는 점에서 일단 정당하고 절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다만 회사측 주장이 시장에 널리 알려지고 이를 일각에서 부풀려 퍼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거래소가 좀더 신속히 "판정"을 내려줬더라면 정보비대칭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적극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도 있긴 하다. 관리종목 탈피에 대해서도 거래소 관계자는 "화의개시와 함께 3년연속 자본잠식이 관리종목에 편입된 사유"라며 "회의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자본잠식문제가 해결된 뒤 심의절차를 거쳐 결정될 문제"라고 밝혔다. ◇이지닷컴의 입장= 회사 관계자는 18일 오후까지만 해도 "수원지방법원에 화의조기종결 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은 만큼 이를 공시하겠다고 한 것인데 증권거래소가 왜 이를 가로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동의채권자들도 화의조건대로 상환받겠다고 밝힌 이상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그러나 증권거래소에 미동의채권자들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관리종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결정된 게 없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이지닷컴은 회사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이번 법원의 허가를 "화의졸업 허가"로 받아들인 것은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지닷컴은 그러나 "좋은 시설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도업체라는 이유로 여러 불이익 (금융제재)을 당했다"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부도라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하므로 이를 위해 미동의부채 100억원 상환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미동의부채 문제가 아직 남아 있으나 화의를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미동의채권 현황= 이지닷컴은 지난 97년 12월 13일 최종부도 처리돼 당좌 거래가 정지됐다. 98년 5월 20일 수원지방법원 민사30부로부터 화의절차개시를 받아 채권자집회를 거쳐 같은해 9월 11일 화의인가 결정을 받았다. 97년 11월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감자(減資)를 승인받아 12월 27일을 기준으로 자본금을 23억9300만원으로 줄였다. 지난 7일현재 화의종에 동의하지 않은 금융기관 채권자는 ▲경기신용보증 1억4342만3000원 ▲기술신용보증기 2억9973만1000원 ▲서울보증보험 29억8147만3000원 ▲산업할부금융 4억7622만8000원▲삼신올스테이트생명 1억원 ▲서울은행(성업공사) 17억2988만1000원 ▲신용보증기금 8억7600만원 ▲이래파이낸스 4억8980만5000원 ▲조흥은행 30억3615만2000원 등이다. 또 비금융기관 채권자로는 ▲신미정합건설 1320만원 ▲나노전자 209만원 ▲명제 1530만6000원 ▲LG백화점 1265만원 등이 있다. 총 13곳의 미동의 채권자가 101억7594만원가량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이날 이지닷컴이 공시한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채권자들이 화의조건을 동의하지 않을 때 이지닷컴은 2002년부터 7년간 원리금을 분할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고 최근 이 회사의 유가증권 발행을 맡았던 동원증권은 지적했다. 회사측은 전환사채 등으로 채무를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회사관계자는 "미동의 채권자는 조직내부적인 문제로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6%가량의 미동의채권자들도 추가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내에서 "화의종결"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어쨌든 이지닷컴의 화의종결 문제는 일단 미동의채권자와 회사측간에 최종 확정할 문제이고 공시문제는 이를 입증하는 문제로 귀결되는 듯하다. 회사측이 화의 종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뤄질 추가적인 협의나 조치 등이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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