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북한이 확성기를 통해 온갖 소음을 남쪽으로 전달하면서 인천 강화군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북한이 대남방송을 한 것은 올 7월 말부터였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의 오물풍선 대응 차원에서 강화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상황이었다. 해병대가 7월18일, 20일부터 각각 강화군 교동면과 양사면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자 북한 측도 강화군을 향해 대남방송을 했다. 대남방송은 동물 울음소리와 기계음, 쇠 긁는 소리 등의 소음을 북한과 3~4㎞ 거리에 있는 강화군 북쪽 양사면, 송해면, 교동면을 향해 수시로 전파한다. 해당 지역 주민은 밤낮없이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 피해자는 4600여명으로 집계됐다. 집에서 키우는 사슴, 염소 등의 동물은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아 죽은 새끼를 낳고 있다. 지옥 같은 상황이 두 달 넘게 지속되는데 정부는 대책 없이 방관하는 모양새이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대북방송의 대응 차원이라지만 남·북한의 갈등은 그보다 앞서 대북전단(삐라) 살포와 오물풍선 부양에서 비롯됐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실이 경찰청과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받은 대북전단 발견 및 오물풍선 부양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오물풍선은 대북전단이 살포된 이후 남쪽으로 부양됐다. 탈북민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은 올 5월3일 인천 강화군에서 발견되는 등 같은 달 수도권 등에서 8회 발견됐다. 북한 측이 남쪽으로 부양한 오물풍선은 대북전단 살포 뒤인 5월28일부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떨어졌다. 오물풍선은 지난달 23일까지 전체 22회 수도권 등으로 날아왔다. 대북전단에 맞선 오물풍선 공격은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오물풍선 부양이 계속되자 우리 정부는 대북방송으로 보복했지만 결국 대남방송이 진행돼 그 피해를 우리 국민이 입고 있다.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관계를 악화시킨다. 북한 측은 지난 2020년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 연락사무소는 2018년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같은 해 9월 설치됐고 우리 세금 180억원이 건설비로 투입됐다. 문재인 정부 때 평화 실현을 위해 판문점 선언을 했지만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해 북한 측과의 신뢰가 깨졌다. 문재인 정부는 뒤늦게 2020년 12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전단 살포를 금지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해당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전단 살포 금지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이후 탈북민단체의 전단 살포가 재개됐다.
윤석열 정부는 위헌 문제로 전단 살포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 또 올 6월에는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해 대북 확성기 방송의 근거를 마련했다. 대북방송이 재개된 배경이다. 국토교통부는 대북전단이 2kg을 넘으면 항공안전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했으나 통일부와 경찰은 전단 살포 제한에 소극적이다. 정부가 북한 측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데 그럴수록 우리 국민의 피해가 커진다. 전단 살포 문제는 속히 해결해야 한다. 북한을 자극하고 공격하면 북측도 우리를 공격하고 피해를 준다. 정부 역할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녕을 보장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갈등을 키우지 말고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임진강변에 설치된 대남방송 스피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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