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 사는 이모(28)씨는 3일 이데일리에 취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고백했다. 이씨는 지난 2020년 겨울, 지방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뒤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 혼자서 일할 수 있는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최근에 그만뒀다. 그의 하루는 집안일 돕기와 게임, 독서, 유튜브 시청으로 채워졌다. 이씨는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갈 때만 가끔 외출한다”며 “학창시절 소외당한 경험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 취업도 회피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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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세) 부가 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최종 학교를 졸업했지만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은 지난 5월 기준 23만8000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온라인상에는 장기간 구직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장기 백수 대화방’도 등장했다. 이데일리가 SNS 익명 채팅방에 검색한 결과 이들의 주된 채팅방 검색 키워드는 △장기 백수 △불안 △우울 △은둔 등이었다. 한 장기 백수 대화방의 관리자인 A(35)씨도 구직을 쉬는 청년이다. 11년간 은행 정규직으로 일하다 올해 초 퇴사한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등 정신과적 문제가 생겼다”며 “다 나을 때까지는 병원이 아니면 외출을 안 하고 구직도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진 코로나19 상황이 청년들의 정신적·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백명재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에 가장 좋지 않은 것 중 하나가 고립”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대인관계나 사회 불안이 더 악화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 자체가 청년들에게 호의적인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쉬는 청년들을 낙인찍기보다는 오랜 기간 쉬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들도 지역 사회 주민인 만큼 지자체에서 이들에게 밀착해 관심을 갖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