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재정준칙 포기했나[기자수첩]

재정준칙 담당 심의관, 지난달 20일부터 공석
2024년 예산은 정부 스스로 재정준칙도 어겨
정치권도 “정부 재정준칙 포기한 듯” 평가
‘재정준칙’ 정치적 구호였나…의심만 커져
  • 등록 2023-09-15 오전 5:00:00

    수정 2023-09-15 오전 5:44:54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윤석열 정부의 재정운용 정책은 ‘재정건전성 강화’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작년 7월 취임 후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부터 “재정만능주의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건전재정을 강조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제한하자는 ‘재정준칙’의 법제화 노력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건전재정의 상징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에서 재정준칙 법제화 최일선에 섰던 재정건전성심의관(국장급)은 지난달 20일 이후 계속 공석이다. 내부에서는 현재 인사상황을 고려할 때 10월이 돼야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면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개의 한달이나 지난 후에야 활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건전성심의관은 기재부가 재정건전성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자 작년말 직제까지 개편하면서 만든 자리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 및 시책의 운영·조정이 주요 임무이기에 사실상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공회전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앞서 여야가 재정준칙 법제화 최종합의 직전까지 도달한 데는 재정건전성심의관의 역할이 컸다.

재정건전성심의관 자리가 5개월 만에 공석이 되면서 정부의 재정준칙 법제화 노력도 함께 가라앉았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국회 관계자는 “약 한달 전부터 기재부가 재정준칙 법제화를 설득하러 오지 않는다”며 “정부도 재정준칙 법제화에 관심이 없어진 듯 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재정건전성심의관 공석 후 9일 뒤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 정부는 스스로 재정준칙을 어겼다. 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로 했다지만 세수부족으로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9%까지 불어나 재정준칙(3% 이내)을 크게 초과했다. 적극적 확장재정을 폈던 문재인 정부의 2019년 관리재정수지 적자(2.8%)보다도 컸다. 일련의 상황은 정부가 사실상 재정준칙을 포기했다는 의구심이 생기기 충분하다.

재정준칙을 어긴 예산안 발표 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해 지금도 국회에서 계속 이해를 구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긍정적인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최선을 다해 추진하고 있나. 재정건전성과 재정준칙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고 선명성을 드러내려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었는지 의심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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