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과 중국 하이테크 기업들은 20년 넘게 공생해 왔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 중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미국 거대 자본을 통해 급성장을 거듭했고 미국 투자자들도 이들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하며 지난해 미국 자본의 대중 투자금액(70억 2000만 달러)이 전년도의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등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이런 상생관계에 마침표를 찍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핵심 동맹국인 우리나라도 어떤 형태로든 동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타격을 받은 우리 기업들이 또 난관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동맹과 경제적 실리를 모두 잃지 않는 촘촘한 외교력이 절실하게 됐다. 이럴 때일수록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 등 내실을 다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주요국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혁파를 통해 글로벌 전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들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