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투자사 한 관계자가 우스갯소리로 내뱉은 말이다. 1960년대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는 산아제한 정책 구호를 패러디한 것이다. 경기 침체로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 만큼, 신규 투자를 하기보다는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지원책을 늘려 성장을 돕게 됐다는 의미다.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엑셀러레이터(AC)들의 스타트업 지원 범주가 광범위해지고 있다. ‘10개사에 투자해 하나라도 터지면 된다’던 과거 인식과 달리 이제는 하나의 스타트업이라도 ‘잘’ 성장시키는 것에 대한 갈증이 높아진 것이다. 이들은 단순 투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경영지식을 토대로 회사의 재무와 회계, 인사조직 등을 다루는 것은 기본이고, 회사의 조직문화와 리더십, 팀워크 등 비전문적인 부분에도 손을 대고 있다.
|
한국 VC 업계에서도 미국처럼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는 경우가 심심찮게 포착된다. 투자 포트폴리오사와 미디어, 투자사 등이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누는 데모데이는 기본이고, 창업자 멘탈 관리에 이어 조직문화를 세팅해주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토스벤처스는 창업자 상황에 맞는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창업자 멘탈 관리다. 알토스벤처스는 현재 강남과 강북에 위치한 정신건강의학과의원과 손잡고 창업가가 시간 혹은 비용 부담 없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해 발간한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일반인 대비 우울감과 불안감, 자살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토스벤처스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창업가가 심리상담을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지 않는다.
이 밖에 회사는 미국처럼 업계 구루(스승)를 어드바이저로 영입해 포트폴리오사에 멘토링을 지원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인물로는 김강석 크래프톤 전 대표와 박재민 전 토스증권 대표가 꼽힌다. 알토스벤처스 관계자는 “창업가들은 회사가 커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를 겪는다”며 “어드바이저들은 과거 조직을 이끌었던 경험을 토대로 경영지식뿐 아니라 창업가 마인드, 실현 가능한 비전, 조직문화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멘토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AC)단에서도 서서히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는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현직 경영자를 벤처파트너로 영입해 투자 폴트폴리오사에 체계적인 교육과 네트워킹, 멘토링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와이콤비네이터처럼 포트폴리오사와 업계 관계자들이 식사하며 노하우를 공유하는 ‘금요미식회’가 대표적이다.
액셀러레이터로는 이례적으로 글로벌 진출 및 기술 혁신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했다. DHP 관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업계 관계사 및 의료기관을 통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및 기술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