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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임금체계로 갈등고조…강제진압으로 ‘폭발’
한국노총은 7일 한국노총 전남 광양 지역지부 회의실에서 제100차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의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심판을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는데 노조 전 조직이 목소리를 모았다”며 “그 일환으로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 등 모든 경사노위 대화기구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31일 발생한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이다. 이날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린 광양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망루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 지난달 31일 체포된 지역이다. 한국노총은 경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회의 장소를 광양으로 정했다.
금속노련은 한국노총 산하 최대 산별 조직이다. 앞서 근로시간 제도·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 개혁으로 국내 제1노총인 한국노총과 정부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다가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면서 대립이 첨예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산별 조직의 위원장(김만재)과 사무처장(김준영)의 잇따른 체포로 갈등이 폭발했다. 당초 지난 1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정부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는 체포 소식에 하루 전 무산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금속연맹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구속한 것에 대해 더 이상 윤석열 정부와 함께할 수 없다고 봤다”며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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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중단 노동계·정부 양쪽에 부담
민주노총이 1999년부터 경사노위에 불참하는 가운데 한국노총까지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현재도 지지부진한 노동 개혁은 큰 장벽을 마주하게 됐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선언으로 윤석열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인 노동 개혁에도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노동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노동계 지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전면전은 되도록 피해야 하는데, 양대 노총 모두가 정부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간 역대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다 거센 반발에 부딪힐 때면 경사노위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왔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크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근로시간 단축, 이명박 정부의 임금동결·일자리 유지 노력 등 경제위기 극복 합의 등이 대표적이다.
경사노위는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으로 사실상 식물위원회로 전락하게 됐다. 경사노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더 나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구축해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 대화”라면서 “한국노총 입장을 존중하지만, 산적한 노동 개혁과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다시 나서주길 희망한다”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도 이른 시일 내에 노사정 대화가 새롭게 시작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노조 조직율은 약 14%에 불과하고, 윤석열 정부는 “양대노총의 기득권을 철폐하고, 비노조 근로자의 권익을 높인다”는 기조 아래 ‘노조 때리기’로 그간 지지율 상승 효과를 얻어왔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그동안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 등 노동계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오기도 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