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서 영세기업과 근로자 간의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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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52시간제를 위반했다며 근로자가 사업장이나 사업주를 상대로 고소, 고발, 진정 등 신고한 사건이 64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52시간제가 처음으로 시행된 2018년(179건)에 비해 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8년 시행된 주52시간제는 1주일 기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거나 특별연장근로 등을 활용하면 주 52시간을 넘겨도 법 위반이 아니다. 그러나 노사 당사자의 합의 없이 연장근로를 하거나, 합의가 있다 해도 12시간을 넘기면 고소나 고발, 진정 등 노사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갈등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은 2021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된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시행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계도기간 부여 등 제도 유예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더 이상 유예하기 어렵다며 제도 시행을 강행했다.
그럼에도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주52시간제을 둘러싸고 갈등이 폭발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가 사업체가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아 시정이 필요하다는 목적으로 진정을하는 건수가 2018년에는 44건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74건을 7배가량 늘었다. 50인~299인 사업장도 2018년 28건에서 지난해 186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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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 노사 갈등은 제조업에 집중됐다. 지난해 제조업에서의 진정 사건은 240건으로 전체 진정 사건(514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제조업 진정 사건은 2018년 36건이었지만, 2021년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주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된 이후 171건으로 급증했다. 다만 고소·고발 사건은 운수·창고업이 53건으로 가장 많았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사갈등 전쟁터 되나
고용부는 지난해 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올해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해 근로감독을 실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또 근로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한 진정 등이 접수된 후 사업주의 주52시간제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도 최대 9개월의 시정 기간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근로자가 진정이나 고소·고발 등을 제기할 정도면 사업주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단계로, 노사관계가 크게 악화하는 상황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1~2년가량 연장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근본적인 해결책인 주52시간제 유연화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 연장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고용부의 계도기간 부여로 소규모 기업들이 얼마간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기업은 연장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까지 떠나면 납기일 미준수 등 피해가 불 보듯 하므로 국회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계도기간 부여 등으로 30인 미만 사업장의 어려움을 일부 덜어줄 수는 있겠으나 이러한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근로시간 운영에서의 자율성·선택권을 확대하면서 근로자 건강권 보호가 병행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 제도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