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하상렬 기자] 매(통화긴축 선호)의 발톱이 할퀸 상처가 크고 깊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펼친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면서 소비, 투자, 고용 등 실물경제 전반에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계들은 늘어난 이자 상환 부담으로 지갑을 굳게 닫았고, 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맨 기업들은 인력 감축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추가 긴축을 예고해 내년 극심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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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차주(대출받은 사람)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9월말 60.6%로 집계됐다. 연 소득의 6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쓴다는 말이다. 주담대에 신용대출까지 있는 차주의 DSR은 10월말 70%를 돌파해 소득의 3분의 2를 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신용대출 금리가 가중평균 기준으로 10월 4.82%, 7.22%로 2년 전(2.47%, 3.15%)보다 2배 가량 높아진 탓이다.
집값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폭락하며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3.42% 하락해 1998년(-13.56%) 이후 24년 만에 최대폭 하락했다. 전세값도 함께 폭락하면서 전세보증금 상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전세값이 10% 하락할 경우 4만4000가구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23.69% 떨어지며 이날 2280.45에 마감했다.
자산 가치 하락에 5%대 고물가로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은 줄어드는데, 고용불안마저 엄습해오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은 2000명 이상 희망퇴직을 했고, 11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동월대비 62만6000명에 그쳐 6개월째 둔화했다. 신규 채용 감소로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000명 감소,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소비마저 이태원 참사의 영향이 더해져 뒷걸음치고 있다. 11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1년 전보다 6.4% 증가하는데 그쳐 석 달째 큰 폭 둔화됐다. 가계가 지갑을 닫자, 자영업자들은 고금리에도 빚을 늘리며 버티고 있다. 자영업자 빚은 9월말 101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4.3%나 급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상반기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 만큼 (현재는) 이것이 침체로 가느냐 안 가느냐하는 보더라인(borderline·경계선)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총재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물가목표인 2%를 웃도는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추가 긴축을 시사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부동산 연착륙, 고용시장 안정,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이자 부담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정책적 어려움이 크지만 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부동산이나 고용 안정에 대한 정책들이 보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