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은 (온갖 악재들이 혼재해) 너무 복잡해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연준은 내년 초까지는 지금과 같은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이어가야 합니다. 5.50% 정도까지는 열어둬야 합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화상 인터뷰에서 시장의 물가 공포를 이렇게 정리했다. 시장이 점치는 긴축 폭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내년 3~5월께 연준 금리가 5.25~5.50%에 이를 확률을 10% 초반대로 보고 있다.
그는 UBS, 뱅크오브아메리카(BoA), SG워버그 등에서 수십 년간 시장을 분석한 전문가다. 특히 UBS 수석경제고문 당시인 2006~2007년 연속 보고서를 통해 ‘민스키 모먼트’(Minsky Moment·부채 확대에 기댄 경기 호황 이후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나빠져 건전한 자산까지 팔면서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점)를 경고했고,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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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5.25~5.50%까지 열어둬야”
-연준 긴축이 최대 화두다.
△그렇다.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겠지만, 최종 금리는 5%를 넘을 것으로 본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임금이 뛰면 내년 봄 혹은 여름까지 긴축 모드를 유지할 것이다. (75bp 인상 자이언트스텝 수준의) 지금과 비슷한 금리 인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5.25~5.50%까지 열어둬야 한다.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을 어떻게 보나.
-또 있는가.
△한 가지 더하자면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다. 미국이 반도체 제조, 장비 소프트웨어 등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중국 반도체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다. 만약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을 떠나 말레이시아, 인도, 일본 등 어디든 생산 거점을 옮긴다면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탈세계화를 통해 비용 구조가 상승하는 것은 미래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이다. 물가 압력이 높아지는 ‘퍼펙트스톰’(한꺼번에 여러 악재들이 겹쳐 나타난 최악의 상황)에 있다.
-유럽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까.
△그럴 수 있다. 지금 분명 인플레이션이 존재하고 있고, 일부 유럽 국가들은 내년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 에너지 위기는 성장세를 방해하는 엄청난 ‘세금’처럼 작용하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가 쏟아지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이미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쯤 완화할까.
△내년이면 세계 경제가 더 약해지고 인플레이션은 점차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요인 탓에 과거처럼 0~2%대가 아니라) 향후 5~10년 이상 4~5%대 인플레이션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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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있나.
△가장 심각한 것은 은행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이다. (시스템 리스크는 한 은행의 도산 혹은 유동성 부족으로 결제 불능이 현실화하면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돈을 찾는 뱅크런 같은 경우다.) 주가 지수가 오르내리고 경기 호황 이후 불황이 오는 것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은행이 위기의 중심에 놓이면 최악으로 흐를 수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런 정도의 금융위기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는 올 것으로 본다. 그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지만, (아예 통제 불능인 은행 시스템 리스크와 비교하면) 어떻게든 통제가 가능하다.
-뉴욕 증시가 연준에 민감해졌다.
△그렇다. 사람들이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확신을 더 갖게 될 때까지 증시는 저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아직 조정은 끝나지 않았다. 정치도 연관돼 있다고 본다. 미국이 도입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책은 앞으로 몇 년간 기술 기업들의 이익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내에서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 등을 생산하는 경우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할 때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중국 수출길을 막은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반도체 산업 전반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국 경제에서 주시하는 게 있나.
△아시아 경제의 일부로서 한국의 가장 큰 이슈는 중국이다. 미국이 (IT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는) 대중 반도체 수출 금지를 결정한 것은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 등 많은 국가에 국제 무역 이슈, 중국과의 관계 등에 있어 큰 문제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는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 말레이시아, 인도, 일본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과정에서 비용이 상승하는 것도 주요 이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 정부는 국가의 경제안보를 따르는 것과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 사이의 상충에 대해 자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조지 매그너스 교수는
△영국 런던대 경제학 학사 △런던대 SOAS 경제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로이드은행 이코노미스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 △SG워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 △UBS 수석이코노미스트 △UBS 연기금 투자위원회 의장 △UBS 수석경제고문 △옥스퍼드대 중국학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