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2%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5%대 연간 물가상승률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록했던 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경제성장률이 2%로 푹 꺼질 것으로 예측돼 고물가와 경기 둔화 사이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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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5%, 5.2%로 조사됐다. 한은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지난 5월에 발표했던 성장률(2.7%), 물가상승률(4.5%) 전망치를 조정할 예정이다. 성장률은 2% 초중반대, 물가는 5%대 초반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9%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측대로 연간 성장률이 2.5%로 낮아진다는 것은 하반기 0% 또는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3%를 제시한 바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 부진에 국내 수출 부진이 가속화될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 장기화, 가파른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내수가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올 들어 7월까지 누적으로 4.9%를 돌파했다. 7월에는 6.3%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전례없는 폭우 피해가 추석 성수품 수요 증가세와 맞물려 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를 비롯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정기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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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정부, 한은 예측대로 9~10월께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더라도 목표치(2%)의 두 배 이상을 웃돌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기는 하반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내년 2% 성장으로 잠재성장률에 턱걸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로 각각 2.0%, 3.0%를 제시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두고 의견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올 연말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조사에서 11명의 애널리스트 중 10명이 올 연말에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응답자 11명 중 5명은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은 글로벌 경기둔화 여건 등 수출 둔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2% 초반까지 낮아질 것”이라며 “반면 물가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안정 기대가 유지될 경우 3%보다 낮은 수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하반기 물가안정을 확인한 이후엔 긴축 여건을 완화하는 예방적 금리 인하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