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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감사원이 전임 정권과 관련해 본격적인 감사를 착수한 이후 가장 주목을 받는 사안은 2020년 9월에 벌어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다. 전임 정부 당시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통신 감청 등을 통해 사건의 당사자인 고(故) 이대준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으나, 새 정부 들어서는 이 판단을 완전히 뒤집고 월북의 근거가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감사원은 즉각 해경과 국방부를 대상으로 감사를 위한 자료 수집에 나서며 본격적인 감사의 칼날을 겨눴다. 감사 대상은 국가안보실·해양수산부·통일부·국가정보원 등 9곳으로 점차 늘어나 본격적인 감사 단계인 실지감사(현장감사)에 착수했다.
이례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도 감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감사원은 지난 3·9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투표 관리 부실로 도마에 올랐던 선관위의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건을 들여다 보고 있다. 헌법상 엄연한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고유 직무를 감사하는 건 흔치 않은 일로, 선관위 역시 이에 대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지난 5월 인사청문회 당시 “(선관위는)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직무감찰에 대한 명확한 법률상 근거도 찾기 어렵다”며 감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야권에서도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하는 감사원법 개정안까지 발의하는 등 정치 감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임 정부 당시 임명됐던 주요 장관이나 기관장들도 감사원의 보이지 않는 압박을 받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맞게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의 사퇴를 독촉하기 위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전 원장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인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을 설계한 인물이다. 감사원은 지난 6월 27일 KDI 측에 내부 규정, 예산, 연구사업 등 자료를 요구했으며, 홍 전 원장은 이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하면서 지난달 결국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감사원의 자료 요청 바로 다음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홍 전 원장을 거론하며 “바뀌어야 한다. 우리와 너무 안 맞는다”라고 하면서 `의심`은 `확신`이 됐다. 홍 전 원장은 물러나기 전 입장문을 통해 “(한 총리 발언은)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말씀”이라며 “(총리께서)저의 거취에 관해 언급하실 무렵 감사원이 KDI에 통보한 이례적인 조치도 우려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외에도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도 감사 대상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감사를 받게 된 권익위의 저항이 거세다. 통상 2~5년 주기로 정기 감사가 이뤄지는 걸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는게 권익위의 주장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감사원의 감사가 부당하다”는 저격성 글을 연이어 게재하면서 현 정부와 대치 중이다.
“국정운영 지원 기관” 실언으로 뭇매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최 원장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했다.
물론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 기관이긴 하지만, 법률상 직무에 관한 독립적 지위를 가진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최 원장의 답변은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발언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이에 야권은 일제히 최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반발했다. 이에 감사원은 “특정 정파의 이해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발전과 행정부의 국정운영을 살펴 궁극적으로 국민의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한다”고 해명했으나 여전히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 원장이 연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대해 감사를 착수하겠다고도 밝히면서 하반기 정국은 더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도 행정기관이기에 감사 대상이라는 것이 최 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공수처가 문재인 정권에서 만들어진 기관이라는 점에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 측은 “감사원은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하고 엄정한 감사로 공직사회를 견제하고 이를 통해 국정 운영의 성공을 지원하는 데 있다”며 “대통령이 마음대로 국정운영을 하도록 감사원이 ‘국정운영 지원’을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