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마켓컬리의 PB(자체 브랜드) ‘컬리스 두부’를 구매했다가 실망했다. 그동안 즐겨 먹던 두부 브랜드 상품이 보이지 않아서 대안으로 동일 제조사가 만든 컬리 PB상품을 구매했는데 맛이 크게 달랐던 것이다. 알고 보니 컬리가 PB상품으로 만들면서 두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서 기존의 부드러운 맛이 사라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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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4년만에 1조원대 매출 달성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PB 브랜드 상품의 유통·판매를 자회사 씨피엘비를 통해서 한다. 씨피엘비는 김치, 달걀 등 식품부터 마스크, 물티슈 등 생활용품, 의류 등에까지 사람들이 먹고 입는 대부분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PB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하면서 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작년 씨피엘비는 1조 568억원 매출액과 209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PB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4년만에 이룬 성과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쿠팡은 PB 사업을 키워 커머스 사업의 흑자전환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PB사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낮지만 확실한 현금 창출원이어서다. 가성비가 높은 마스크, 물티슈, 생수 등 PB제품은 매년 판매가 성장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데이터를 보고 잘 팔리는 상품을 OEM(주문자표시생산)으로 PB로 만들어서 순식간에 매출을 끌어올린다”며 “품질 이슈나 반응이 안좋더라도 검색 알고리즘을 잘 파악하고 있다보니 판매가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특히 올해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거래액을 늘려야 하는 입장의 컬리는 PB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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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식품외에 비식품군까지 카테고리가 커지면서 초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컬리에 납품을 했다는 식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 관계자는 “컬리 PB 상품은 대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오래 보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원재료가 같아도 미묘하게 맛이 달라질 수 있다”며 “PB는 컬리가 기획·생산 등에 관여를 하기 때문에 같은 OEM 제품이라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업계에 PB 브랜드가 만연해지면서 전체적인 상품의 다양성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이나 컬리 등 유통채널의 영향력이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영세 제조업체 브랜드의 설 자리가 줄어들어서다. 제조업체 사이에서는 상품의 질을 올리기 위한 연구를 하기보다 검색 상위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PB상품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려면 품질 관리가 필수적이다. 근시안적으로 매출만 늘리겠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며 “고물가 시대이기 때문에 PB상품을 잘 기획하고 관리하면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