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의 결정 권한을 종전 기금운용위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수탁위)로 대거 일임하는 지침 개정을 25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이데일리가 24일 전문가 5인의 의견을 물은 결과, 재계를 중심으로 각계의 우려는 극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지침은 주주대표소송의 명칭을 ‘대표소송’으로 바꾸고 소 제기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문제는 수탁위가 노동·시민단체의 입김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 기금운용위는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위원(각 부처 차관 5명)·사용자대표(경제단체 3명)·근로자대표(상급노조 3명)·지역가입자대표(시민단체 등 추천 6명)·전문가(2명)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수탁위는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등이 3명씩 추천해 짜인다. 지금도 정부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는데, 수탁위 체제로 갈 경우 지역가입자 추천 인사 3명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돼 국민 정서 등 여론에 더 휘둘릴 수 있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지적이다.
지난달까지 수탁위에서 사용자 측 대표를 맡았던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국민연금 지배구조의 설계가 잘못됐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독립성·중립성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기업을 운영한 것도 아니고, 실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를 수 있다”며 수탁위의 전문성을 문제 삼았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은 “굳이 수탁위에 권한을 주겠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주주대표소송은 회사 손해를 보전하라는 취지인 만큼 독립성·전문성 등을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자체를 무력화하는 건 잘못”(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